-
이제서야 깨닫는 삶 자체를 사랑하라는 의미.
이십대 초반에 잠깐이나마 짝사랑했던, 꽤나 반짝반짝 빛나던 그 애의 추천으로 처음 알게된 영화 비포 시리즈. 싫증을 워낙 쉽게 느끼는 나라서 한 번 본 영화, 갔던 곳 또 가는 거 싫어하는데도 비포 시리즈는 꽤 여러번 봤다. 개중에서 비포 시리즈의 마지막인 비포 미드나잇은 충격적이라 (셀린과 제시의 현실적인 부부싸움이…) 별로 안 좋아했는데, 그럼에도 셀린 가족이 그리스에 놀러가서 작가들과 담소를 나누던 장면과 그때 오가던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었다. 사람들은 평생동안 사랑을 찾아, 자신을 완성 시켜줄 누군가를 찾아다니지만, 삶의 의미는 사실 누구를 사랑하느냐 보다는, 삶 그 자체를 사랑하는데 있다는 대강 이런 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땐 그 의미를 잘 몰랐었다.글쎄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지만 흐리멍텅했다. 이번 대학원 과정을 한 뭉탱이 끝낸 소회는, ‘그 어려운 걸(?) 내가 해냄’이다. 그렇다. 죽이든 밥이든 했다는 것이 중요한 거다. (잘하냐 못하냐는 어차피 상위 1%의 싸움이고 나는 거기에 낄 수도 낄 생각도 없고) 그렇게 생각회로를 달리하니까 세상 모든 게 게임의 퀘스트처럼 느껴지고, 어려운 일이 닥치면 은근히 즐기게 됐다(!). 예를들어 직장에서 대하기 어려운 사람을 만났다. 전에는 온갖 짜증부터 속에서 올라왔지만 지금은 ‘어차피 이걸로 죽는 것도 아니니 짜증내지말고 잘 해결해보자 이것마저 잘 끝내면 난 존나 멋진 사람! 바로 내가 해냄!’하게 됐다는 거다. 그렇게 마음 먹었더니 실제로 내가 자신있게 잘 해내기도 했다. 세상에나… 초등학교 2학년 담임 선생님이 수제 책갈피에 적어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의 교훈을 약 30년 지난 지금에서야 파팟하고 깨달았다는 말이다.
세상엔 온갖 엿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고 나는 그것을 통제할 수 없다. 그러니까 너무 재밌는 인생인 거다. 내일은 또 어떤 어려운 일이 닥쳐서 내 지혜가 늘어갈까 기대가 된다. 경험을 통해 배우는 삶의 지혜라느니 식상하다고 속으로 욕했었는데 나야말로 어리석었던 거다. 이렇게 재밌게 시선을 바꿀 수가 있었건만!
정말 새로 태어난 기분이다. 알에서 깨어난 기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