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오고 뭐라도 남기는 글/2022 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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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룰루 여행 2,3,4다녀오고 뭐라도 남기는 글/2022 호주 2022. 12. 23. 00:55
해가 저무니까 신기하게도 파티하던 온동네 파리들이 다 집으로 돌아갔는지 코빼기도 안 보였는데, 달이 뜨자마자 마치 계주 바통 터치하듯이 그 파리들의 빈자리를 모기가 메꾸기 시작했다. 바퀴벌레도 얼마나 많던지... 밤에도 꽤나 덥고 습해서 이불을 다 덮지도 못하고 햄버거에서 흘러나온 치즈마냥 다리 한 짝을 축 늘어뜨리고 잤더니 그 다리에만 모기가 잔뜩 물려버렸다. 잠자리에 든 건 자정 쯤이었는데 어차피 3시반 기상이라 잘 자긴 글렀다고도 생각했지만 누군가가 저 멀리서 통기타를 치며 노랠 불렀고 (로라...^^), 사정없이 뇌우가 쏟아졌다가 멈추기를 반복했고, 우리가 자던 천막 근처에 딩고라도 있는 건지 부스럭거리는 소리 때문에 체감상 30분 정도를 잔 것 같았다. 그래도 불만은 없었다. 왜냐면 이게 아웃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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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룰루 여행 1다녀오고 뭐라도 남기는 글/2022 호주 2022. 11. 14. 22:32
비행기 창문 밖으로 슬쩍 보인 NT 땅은 확실히 듣던대로 모든 것들이 벌거죽죽했다. 친구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젯스타에서 내리자마자 사막의 후끈한 열기가 온몸을 휘감쌌고 이내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더운 날씨는 질색팔색하는 나지만 '드디어 여행 시작이구나!' 웃음이 베시시 나왔다. 공항에 여행객들을 마중나와있던 가이드 로라는 우리의 이름을 체크하곤 어디서 왔냐고 반갑다며 시원한 악수를 청했다. 로라가 저쪽 트레일러에 짐을 실으면 된다고 검지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다른 대형 버스들보다 훨씬 허름하고 아기자기한 봉고차가 서있었다. 왠지 재미난 일이 일어날 거란 직감이 왔다. 로라가 인심도 좋게 달걀 샌드위치같은 것을 만들어뒀는데 정말 맛있어서 허겁지겁 다 먹었다. 로라는 자기소개부터 남다른 사람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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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얼리 비치 4,5,6다녀오고 뭐라도 남기는 글/2022 호주 2022. 3. 6. 16:57
이번 여행기의 제목을 계속해서 에얼리 비치로 하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배 타고 위트선데이즈 섬을 둘러본 것이 3일 정도다. 배를 탄 뒤엔 인터넷이 안 터지기 때문에 내가 어디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마지막 날 내 위치가 대충 이 쯤이었고, 다시 뭍으로 돌아올 시간엔 날씨가 더더더더 궂어져서 안 하던 배멀미를 할 지경이었다. 발은 비브리오 패혈증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퉁퉁 부어올랐고 (사실 그거 뭔지도 잘 모르고 살면서 본 적도 없음), 혹시나 열은 안 나는지 계속 이마에 손을 짚어가며 체크했다. 한걸음 한걸음이 정말 고통이었다. 드레싱이 없어 응급으로 휴지로 발도 둘둘 말아보고 별 짓을 다해봤지만 큰 소용이 없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선착장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에 가서 친구랑 아점부터 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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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얼리 비치 1다녀오고 뭐라도 남기는 글/2022 호주 2022. 3. 5. 11:13
이번 여행은 약간의 사연이 있다. 친구 D가 본래 자신의 (구)애인과 함께 가려고 환불이 안 되는 비행기표부터 결제했는데, 그 몇개월 사이에 헤어져버려 (자기 혼자 갈 바에야) '너라도 갈래?' 하며 나에게 의사를 물어왔고, 자동차 루프열고 강민경 빙의나 하자고 콜을 외쳤다. 하지만 우리 주는 날마다 늘어나는 코로나 확진자 + 의료인력 부족 때문에 주정부 차원에서 의료진들의 휴가를 병원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코드 브라운 (똥 아님) 을 발표하게 됐다. 내 휴가는 이미 한 달도 전에 신청해서 승인이 나긴 했지만 매니저가 언제든 휴가를 짤라도 나는 항의할 방법이 없었기에 혹시라도 휴가가 짤릴까봐 입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와중에... 나까지 코로나에 걸려버린 것! 게다가 휴가 바로 1주일 전에 걸린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