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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정
    낙서장 2018. 10. 11. 22:11




    당시 회사원이라 안양에서 삼성까지 출퇴근 왕복 3시간이 걸렸는데, 6개월 동안 거의 매일 새벽 3시까지 공부했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한번은 2호선 만원 지하철에서 서서 졸다가 두 번이나 바닥에 무릎 꿇을 뻔했다. 진짜 쪽팔렸다. 

    돌이켜보면 20대의 나는, 퇴근 후 버스에서, 지하철에서, 늘 졸다가 창문 손잡이에 머리 세게 박아 이마에 혹나고, 정류장 다 와서 허겁지겁 내리느라 핸드폰도 자주 분실하던 덜렁이였다. 그치만 세상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고 있다고 자위했고, 언젠가는 그 보상이 반드시 따를 것이라고 생각해서 노력하는 동안 만큼은 행복했다. 20대 잠깐일지라도 내 노력에 내가 감동할 수 있는 시절을 보내고 싶었다.   

    전문대 졸업 후 취직은 했지만, 뒤늦게 더 공부는 하고싶고 집에 큰 돈은 없어보이고 또 손 벌리기도 싫어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방송대에 입학해서 공부했다. 그때도 거의 공짜로 배우는 즐거움에 (방송대는 학비도 싸고 장학금도 많이 준다) 정말 신났었다. 물론 퇴근하고 공부하고 주말에 공부하는 삶이 고되기야 했지만. 

    10년 전의 나는, 비록 앞길이야 캄캄했을 지언정 삶을 등 뒤에 짊어지고 두 발로 뚜벅뚜벅 잘도 걸어나갈 줄 알았었는데, 지금은 삶을 내 앞에 방패처럼 세워두고 그 뒤를 절룩거리며 끌려가는 느낌이다.  

    이십대 치기어린 시절에만 가질 수 있었던 반짝거림이었을까, 아님 나 아직도 많이 늦진 않은 걸까... 자꾸 머뭇거리게 된다. 



    오늘 밤은 비도 쏟아지고 내 마음도 쏟아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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