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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드니 여행 1
    다녀오고 뭐라도 남기는 글/2021 호주 2021. 12. 14. 10:31

    아래는 2021년 12월 10일부터 13일까지 다녀온 시드니 여행 후기이다.

    이 시기에 원래는 한국을 가기로 예정돼 있었는데 갑작스레 한국 정부가 해외 입국자 모두에게 자가격리 10일을 강제하는 것으로 지침을 바꿔서 눈물을 머금고 싱가폴 항공을 취소해야 했고, 꿩대신 닭인 마음으로 친구 따라 시드니를 가게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대 1도 안 했던 시드니여서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멜번이랑 비슷한 대도시란 얘길 너무 많이 들었고, 한국인이 많아서 그다지 재미볼 게 없을 것이란 후기를 많이 봤다. 근데 한국인 별로없었고 난 멜번보다 훨씬 좋았음!)

     

    자려고 갖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전날 밤을 꼴딱 샜다. 나이트 근무가 끝난지는 오래됐으나 그동안 일찍 일어나야 할 일이 없었기에 계속 밤에 일어나있고 낮에 자는 생활을 해벌였다. 이 집에 있는 게 좋아서 그런가, 일이 힘들어서 그런가, 이젠 늙어서 체력이 안 되는 건가, 쉬는 날엔 그저 집에만 있고 싶다. 

     

     

    이젠 뿌탈, 뿌염, 전체탈색, 전체염색도 나 혼자 다 함.

    혹시나 이 허접한 여행기를 보실 선생님들, 여행 가실 땐 쨍한 염색 추천합니다. 왜냐면 머리색 예쁘단 소리를 사람들에게 하루에 적어도 한 번 이상 듣고 여행 다니는 내내 기부니가 아주 좋았기 때문이다. 이런 색은 자칫 잘못하면 웬 서커스 무대에 오르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음을 주의해야 하지만, 어울리든 안 어울리든 특이한 행색을 하고 다니면 웬만해선 사람들이 멋지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만의 생각임ㅋ) 친구는 무슨 아이돌 음방 출근길 st라며 그래도 잘 어울린다고 해줬다! 

     

     

    여행 기간 내내 주로 동영상 촬영을 많이 했기 때문에 블로그에서 크롭하려 했는데 티스토리.. 외죠... 수정이 외않되조...? 여튼 아주 오랜만에 타보는 비행기라 국내선이지만 설레는 마음 가득했다! 이거슨 March⭐️ 비행기 처음 타보는 기분!

     

     

    비행기 이착륙 땐 늘 가슴이 두근두근해. 비행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한가지 걱정스러웠던 것은 멜번은 절기상 여름인데도 추워서 외투를 꼭 입어야 했는데, 당연히 여기보다 더 좋을 것이라 예상했던 시드니 날씨를 확인해보니 때마침 비바람 강풍 폭우가 내리고 있다는 게 아닌가? 게다가 월요일은 시드니 날씨가 고작 22도 언저리일 때 멜번은 거의 30도를 육박하는 쨍쨍한 날씨라고 하니 시드니 괜히 가는 건가? 지금이라도 비행기 취소하고 멜번에서 지내야 하나? 갖은 생각을 했더랬다. 그러나 이미 환불이 불가한 호텔은 예약을 해벌였고, 여행 직전에 싱가폴 항공 예약 취소로 40만 원을 홀랑 날리고, 몇 주 전엔 과속 딱지 세번이나 끊어서 60만 원 날리고, 이번 시드니를 포기하면 또 60만 원을 날리는 꼴이니까 난 못 먹어도 고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시드니 공항에 내릴 때까지만 해도 날씨가 괜찮았는데, 호텔 체크인 하는데 직원이 '시드니에 온 것을 환영해. ^^ 넌 시드니를 좋아하게 될 거야, 왜냐면 곧 스톰이 온다고 하거든^^'. '(속으로)나도 알아 짜샤...^^ 슬픈데 확인 사살하지마...'

    예상처럼 밖을 나서자마자 비가 와르륵 쏟아지기 시작했다. 속절없이 천둥 번개 벼락이 막 쳐댔고 나는 이럴 때만 찾는 하느님에게 그동안 지은 죄를 사해달라고 속으로 두손 모아 빌었다.  

     

     

    그 멋지다는 하버 브릿지, 오페라 하우스를 갔지만 비바람 때문에 차마 눈을 뜨고 못 봐줄 정도였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온 몸과 신발은 다 젖어오고, 얼굴엔 바닷바람과 비바람이 다다닥 강타하기 시작했다. 친구와 나는 그래도 열심히 오페라 하우스 주변을 거닐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볼 거야... 보고말 거야...  

     

     

    친구는 호텔방으로 돌아가서 씻고 카페가서 책을 읽겠다고 하였고, 나는 집념과 오기로 미술관에라도 가봐야겠다고 다시 길을 나섰다. 다행히 아까보단 비가 많이 잦아들었다. 설령 또 비가 속절없이 내리치더라도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비는 또 그 나름의 운치가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공원에 꼬질꼬질한 빈치킨들이 목초지에서 풀 뜯는 양처럼 모여있었다. 퀸즐랜드에서 마지막으로 보고 정말 오랜만에 본다. 도대체 뭘 주워먹는 걸까? 빈치킨은 보통 사람들의 음식을 뺏어먹거나 쓰레기통을 뒤지던데, 얘네들은 잔디에 부리를 들이밀고 끊임없이 무언갈 쪼아먹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너네 부리가 너무 징그럽게 길어서 무섭다. 정이 안 가... 그리고 골드코스트에서 내 칩스 빼앗아간 빈치킨 잊지 않을 거야, 그래서 아직도 잊지 않고 이렇게 블로그에 적어둠. 뒤끝 매우 긴 편. 

     

     

    생각보다 미술관은 무료 전시에 볼 게 많이 없었다. 아님 내가 단순히 못 찾았던 것일 수도. 지하에선 앙리 마티스전이 열리는 중이었는데 잘 모르는 화가이기도 했고,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아서 무료 전시만 짧게 구경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나는 바다가 보고싶다. 탁 트인 바다! 

     

     

    그렇게 30여분을 걸어 맥쿼리부인의 의자에 다다랐다. 찾아보니 100여년 전의 맥쿼리 주지사의 부인이 자주와서 시드니 항구를 조망하던 곳이라던데, 죄수들이 열심히 손으로 깎은 것이라고. 진짜 의자는 아니고 그냥 돌을 네모지게 깎은 곳이었다. 비가 와서 돌 위에 앉지는 않았지만,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릿지가 훤히 내다 보이는 곳에 있으니 권력의 달콤함을 조금 맛볼 수 있었달까. 

     

     

    숙소로 돌아올 때는 보타닉 가든을 가로질러 가는 길을 선택했다. 아무도 없는 식물원을 혼자 걷고 있으니 다 내 것인 것만 같고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도 음악같이 느껴졌다. 왜 시드니가 호주의 가장 큰 도시가 됐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이 생각은 후에 본다이 비치를 가보고 더욱 확고해짐). 솔직히 시드니가 훨씬 멋있어. 시드니의 탁 트인 바다에 비하면 멜번의 야라강은 색깔이 똥물인데다 너무나 쟉고 소즁해... 내 월급같이... 

     

    살아있는 줄 알았잖아...

     

     

     

     

     

     

     

     

     

     

     

    술알못이지만 시드니에서 분위기 좋은 바는 어딘지 미리 사전조사를 해뒀던 터라 친구와 저녁을 간단히 먹고 칵테일을 마셔보기로 했다. 

     

     

    그런데 우리가 도착한 날은 불행하게도 금요일 저녁이었고, 여름, 주말, 연말, 락다운 프리 콤보를 제대로 맞은 서큘러 키 근방엔 회사원들이 뛰쳐나와 펍이며 레스토랑을 꽉꽉 메우고 있었다. 게다가 아까보다 두 단계는 업그레이드 된 강풍이 불어왔다. 오들오들 온몸이 떨려왔다. 과장 조금 보태서 크리스마스의 이브의 명동을 방불케 하는 인파를 헤쳐 어딜 또 찾긴 피곤하고, 춥고 배고프고 해서, 결국 멜번이든 브리즈번이든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Belle's chicken을 가게됐다. ^^ 약간 매콤한 치킨을 코울슬로와 빵이랑 같이 먹으니 아주 맛있었다. 

     

     

    그렇게 찾아간 바는 소문대로 갬성이 뚝뚝 흘러넘치는 곳이었는데, 사람이 미어터져서 도저히 자리가 날 것 같지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숙소 근처에서 간단하게 칵테일 한 잔씩을 했다. 덩치 커다란 아저씨들이 스포츠 게임을 보며 간헐적으로 워어어어!! 소리를 질러대는 펍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또 그것대로 좋았다.

    24시간을 넘게 깨어있었고 칵테일까지 마셨는데 이상하게 별로 피곤하거나 졸립지 않아서 새벽 3시에 벌떡 일어나버렸다. 그렇게 할 짓없이 인터넷이나 하다가 난 주책맞게 뿌까머리에 도전하게 되는데...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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