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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드니 여행 2
    다녀오고 뭐라도 남기는 글/2021 호주 2021. 12. 15. 11:44

    둘째날 일기예보를 확인해보니 블루 마운틴 쪽은 그래도 비가 안 온다고 하길래, 친구와 함께 세자매봉인지 뭔지를 보러 가기로 했다. 대중교통으로 약 3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 이름은 The tank stream hotel 이었는데, 방은 좁았지만 지낼만 했고 시드니 중심가에 위치해 있어서 맘 먹으면 어디든 가기에 좋았다. 열차를 타기 전, 2층에 있던 레스토랑에서 18불인가 내고 조식을 먹었는데 특히 토마토를 짭잘하게 구워서 내놓은 것이 너무나 맛있었다. 토마토 소금뿌려 구워먹기... 메모한다... 별표 다섯 개.

    밖으로 나오니 다행히도 날씨가 화장하다.


    중요한 정보(?)인데 시드니 열차는 2층이다! 게다가 열차 방향에 맞춰 승객이 의자 방향을 조절할 수도 있음. 등받이를 손으로 스윽 밀어버리면 반대편으로 손쉽게 넘어간다. 완전 멋지잖아? 멜번엔 이런 거 없다구.


    가는 길에 열차를 중간에 한 번 갈아타야 했는데 마침 시드니의 한인타운이라는 Strathfield에서 20분 정도 시간이 붕 떠서 골목골목을 좀 둘러보기로 했다. 예상대로 정말 많은 한식당과 각종 한국 간판들이 보였다. 이곳에서만 산다면 굳이 영어할 필요도 없다던데 정말인 듯. 부모님 세대가 살기에 정말 딱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진으론 왠지 그렇게 안 보이지만 여기가 한인타운이다.


    그리고 시드니 한인타운을 검색하다가 알아낸 사실인데 이곳이 시드니 위험지역 중 하나라는 거였다. 보통은 이민자들이 밀집하여 사는 동네들이 우범지역이라는데... 그럼 빅토리아 주엔 어디가 우범지역인고?하고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리스트를 쭉 봤더니 어렴풋이 예상은 했지만... 두구두구두구... 바로바로...! 우리동네였다! 크크.. 왜냐면 우리동네 아파트 주차장에선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차가 털리고, 사람들이 내가 이 동네로 이사간다니까 정말 괜찮겠냐고 우려하고, 각종 범죄 경험담들이 페북 커뮤니티에 종종 올라왔기 때문이다. 직장을 이쪽으로 잡아버린 난... '그렇담 어쩔 수 없지, 내가 이 구역이 짱이 되겠어!!!!'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존나 짱처럼 보이길... 빅토리아주에 뭣 모르고 처음 내려왔을 때 살았던 지역도 리스트에 함께 올라있었다. 이 정도면 나는 우범지역 레이더를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

    이런 산동네가 슬금슬금 나오면 그대는 이미 블루마운틴 나와바리에 있다는 것. 

     

    여튼 Lab이라는 한인 베이커리 카페에 들러서 딸기 찹쌀떡과 커피를 한 잔 산 뒤에 다시 열차에 올라 거의 2시간을 쿨쿨 잤더니 세자매봉과 가장 가까운 역인 Katoomba에 다다랐다. 내리자마자 마주한 건물들이 오밀조밀 작고 색깔이 예뻐서 꼭 놀이농산에 온 느낌이었다.

    역에서 세자매봉까지 거의 2.5키로 정도의 거리가 있었지만 아직 걸을만 했던 친구랑 나는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그저 여행다닐 체력이 남아있어서 감사한 오늘이다.


    얼마 후 블루마운틴 속 세자매 봉에 도착했다. 비록 구름이 많이 낀 날이었지만, 충분히 먼 곳까지 볼 수 있었다. 이곳 에코포인트에서 내려다 본 블루마운틴은 배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 표면을 스쿱으로 여러번 긁어놓은 모습이었다. 평평한 산을 욕심많은 신이 허겁지겁 퍼먹은 듯한 느낌이라면 설명이 되려나...

    동영상 캡쳐를 하는 바람에 화질이 구리지만.
    사실 세자매봉 자체보다 세자매봉같은 이름을 지어주고 의미부여하는 인간들이 더 귀여워!


    그리고 내 뿌까머리.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런 미친 짓을 하겠냐 하는 마음으로. 이제보니까 내 솟은 뿔과 세자매봉 세개가 키 순서대로 나란 한 것이 꽤나 잘 어울리는데?

    여기서 이렇게 동영상을 찍고 있으니 뒤에 앉아있던 아저씨가 왼쪽 계단을 조금만 더 내려가면 세자매봉 중에 하나를 건너갈 수 있는 다리가 있다길래 얼른 가보았다.


    내려오며 쫄아가지고 주절주절 혼잣말 하는 내가 웃겨서 업로드해봤다. 그런데 이 계단 진짜 가팔랐다. 삐끗하면 핸드폰 놓칠 것 같아서 제대로 앵글도 못 잡고 그저 난간만 잡고 엉금엉금 내려왔는데 지금 생각해도 손에서 땀난다.


    그렇게 봉우리 구경을 조금하고, 본격 등산까지 할 의지는 없었던 나와 친구는 다시 시티로 돌아가기로 했다. 친구는 가는 길에 볼 일이 있어서 다시 시티에서 재회하기로 하고 난 혼자서 열차를 타고 돌아왔다.


    무슨 소리여. 늦었다고 생각했을 땐 이미 늦었지 뭐.

    음악 들으며 졸면서 왔더니 또 3시간 정도가 훌쩍 지나갔다. 오랜만에 대중교통 이용하며 음악 들었더니 철학인 다 됐다. 나 이제 철학관 차려도 될 듯.

    저녁엔 친구가 간만에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고 하여 심혈을 기울여 구글 검색을 하고 갔는데, 도착한 레스토랑에서 또 12월 내내 예약이 꽉 찼단다. 여러군델 돌아다녔지만 사정은 비슷했고, 자리가 있는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밥 한 번 먹기 드럽게 힘드네, 시드니. 다음에 올 땐 내가 반드시 삼시세끼 예약하고 와주겠어! 여튼 친구와 맥주 한 잔 하고, 저번에 마시려다가 포기했던 그 bar로 다시 향했다.



    이번엔 다행히 우리가 앉을 자리가 있었고,

    드디어 먹어본다! 내가 마신 것은 Polite society라는 거였는데, 아무 정보는 없고 그저 이름이 폴라잇 하다니까 왠지 끌려서 시켜봤다. 너무나 알콜에 문외한이라 맛을 표현할 방도가 없지만 그래도 맛나게 잘 마셨다. 사실 술 맛은 8할이 분위기가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이 바는 굉장히 점수를 높게 주고싶다. 어둡지만 따뜻한 조명하며, 다양한 술로 가득찬 벽장도 인테리어에서 큰 몫을 차지했고, 귀걸이 반지등 반짝거리는 것을 주렁주렁 달고, 앞치마에 바쁘게 손을 닦아가며 조주하는 바텐더들도 하나같이 힙하고 잘생겼다. 그리곤 친구가 오랜만에 틴더를 켤테니 나더러 같이 남자를 골라달라고 했다. 이상형 월드컵처럼 우리끼리 한 번 걸러보자는 거였는데 하면할수록 너무 웃겼다. 얘는 홀스 트랭퀄라이저나 메쓰 암페타민 할 거 같이 생겼고, 얘는 입이 너무 당나귀같고, 얘는 딱 봐도 재수똥이고, 얘는 너무 늙어보이고, 얘는 우리 아는 사람 닮아서 별로고... ㅋㅋㅋㅋㅋㅋㅋㅋ 결국 친구는 푸근해보이는 아저씨가 자기 스타일이라길래 내가 재빨리 메세지를 보내보라고 했다. 과연 그들의 운명적인 만남은 성사될 수 있을 것인지...?!


    칵테일을 비운 뒤, 시드니까지 왔는데 하버 브릿지 한 번 안 올라가면 아쉬우니 얼른 올라가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여행 내내 친구가 사진 찍어준다고 할 땐 쑥쓰러워서 싫다고 했는데 (일평생 카메라샤이임) 생각보다 잘 나온 사진이 많아서 흡족.


    하버 브릿지 가는 길엔 대학로 작은 골목들이 생각나는 곳이 꽤 많았는데 저마다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놓고 밤을 밝히고 있었다. 놀이공원 온 것처럼 알록달록 온동네가 너무나 예뻤다. 불꽃놀이도 했는데, 아쉽게도 건물에 가려져서 못 봤지만 뻥뻥 터지는 그 소리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도 가는 길에 앉아서 칵테일 한 잔 더 했던가? 아니, 오는 길이었나? 여튼 그 유명하다는 시바스리갈이 무슨 맛일까 궁금하여 온더락으로 한 번 시켜봤는데 조금 먹어봤더니 웩!!! 사약 마시는 것처럼 입맛에 너무 쓴 것이었다. 오만상을 다 찌푸리며 토하려고 하니 친구가 불쌍했는지 자기 거랑 바꿔줬다. 다시는 술알못 주제에 위스키를 온더락으로 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겠읍니다.

    막상 다리 위에 올라오니 시드니 전망이 훤히 보이는 것은 아녔다. 자살방지를 위한 것인지 철조망에 촘촘하여 시야를 다 가렸다.

    (그렇지만 그 철조망 틈에 손을 쭉 뻗어 찍어본) 하버 브릿지에서 바라본 오페라 하우스.

    서큘러 키.

    숙소로 오는 길 따뜻한 조명 속 시드니 밤거리.

    시드니는 돈이 많은 동네라 그런가 가로등도 이렇게 센스가 넘친다.

    -비 한 방울 안내려 정말 다행이라고 안심했던 안일한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쫄딱 젖은 맨리 비치 페리승선 얘기와 변태 이야기는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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