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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얼리 비치 1
    다녀오고 뭐라도 남기는 글/2022 호주 2022. 3. 5. 11:13


    이번 여행은 약간의 사연이 있다.

    친구 D가 본래 자신의 (구)애인과 함께 가려고 환불이 안 되는 비행기표부터 결제했는데, 그 몇개월 사이에 헤어져버려 (자기 혼자 갈 바에야) '너라도 갈래?' 하며 나에게 의사를 물어왔고, 자동차 루프열고 강민경 빙의나 하자고 콜을 외쳤다. 하지만 우리 주는 날마다 늘어나는 코로나 확진자 + 의료인력 부족 때문에 주정부 차원에서 의료진들의 휴가를 병원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다는 코드 브라운 (똥 아님) 을 발표하게 됐다. 내 휴가는 이미 한 달도 전에 신청해서 승인이 나긴 했지만 매니저가 언제든 휴가를 짤라도 나는 항의할 방법이 없었기에 혹시라도 휴가가 짤릴까봐 입이 바싹바싹 말라가는 와중에...

     

    나까지 코로나에 걸려버린 것!

     

    게다가 휴가 바로 1주일 전에 걸린 것이라 거의 2주를 통째로 못 나가게 된 것이었다. 물론 나의 잘못도 아니고 내가 코로나에 걸리고 싶어서 걸린 것도 아니니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었지만, 이미 인력부족으로 병동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훤히 아는 시기라서 좀 마음이 찝찝하긴 했다. 그래도 '다녀와서 더 열심히 일하겠읍니다!'하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약 3시간에 걸쳐 퀸즐랜드에 도착하니 습하고 더운 공기가 훅 끼쳐왔다. 살면서 처음 본 금색 벌레들의 시체가 깔린 공항 활주로를 걸어 지나 나오니, 미리 예약했던 공항 셔틀은 왜째서인지 내 이름을 찾을 수가 없었고, 리셉셔니스트랑 여러번의 통화 후에야 다시 예약자 명단에 내 이름을 넣을 수 있었다. 게다가 1박2일 위트선데이즈 보트투어 또한 코로나로 인해 여행자가 확 줄어서 취소(?)되었다는 문자를 받게되는데...

     

     

     

    어쨌든 시끄러운 호주 아재들의 수다를 들으며 셔틀버스 잘 타고 에얼리 비치에 도착하여 숙소 체크인을 마친 뒤 목도 축이고, 간단하게 스시도 사먹었다. 이 당시 정말로 유튜브 하겠다고 깝치는 바람에 여행 내내 죄다 사진 아닌 인물 위주의 영상을 찍었는데, 지금 포스팅하려고 보니까 죄다 인물이라 정말 쓸모도 없고... 사진 캡쳐하고 자르기 너무 귀찮다. 그리고 유튜브는 깔끔하게 안 하기로 함(?!).

     

    보트투어 어찌저찌 해결하고, 햇볕 뜨거우니 모자도 사고, 호텔 방청소 될 때까지 라군에 앉아 좀 쉬기로 함.

    에얼리 비치는 정작 해파리가 많아 수영할 수 없는 곳이라 가까운 곳에 이렇게 라군을 따로 만들어놓았는데 규모도 꽤 크고 풀장 깊이도 다르게 되어있어서 놀기 좋았다. 그리고 내가 앉은 자리에서 한쪽은 라군이 보이고 반대편은 바로 드넓은 바다가 보이기 때문에 전망도 아주 훌륭.

     

     

    얼마 안 있어 호텔방 청소가 끝났다는 연락을 받았고, 다시 호텔로 걸어가려는데 망할 샌들 때문에 발등 살갗이 벗겨지기 시작했다. 새 신도 아니고 별로 걷지도 않았는데 왜지? 생각하다가 물에서 막 나온 친구가 맨발로 가는 것을 보고 에잇 나도 벗어버려야겠다 싶어서 맨발로 아스팔트를 걸었다. 그리고 이건 아주 멍청한 생각이었다는 것을 후에 깨닫게 되는데... 때는 가장 아스팔트가 뜨거울 때라는 오후 3시 경이었고, 주차장을 지날 즈음에 발이 너무 뜨거웠지만 괜찮겠거니 생각하고 100미터 전력질주를 했다. 그리고 그 결과,

     

     

     

     

     

    *발사진 주의

     

     

     

     

     

     

     

    양 발바닥에 이렇게 화상을 입고야 말았다. 이 사진은 사실 2일 정도 지난 후에 찍은 것이라 처음엔 바보같이 화상인 줄도 몰랐다. 그냥 단순히 신발이 불편한데 오래 걸어서 발바닥에 물집이 잡혔나? 싶었는데... 어쨌건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여행 첫날부터 양 발에 화상 물집을 입었기 때문에 여행 내내 제 속도로 걷지도 못하고 절뚝거리게 되는 염병같은 상황이 돼버렸다. ^^

     

     

     

     

     

    아픈 발을 질질 끌고 수영장에 왔는데, 발바닥이 너무 연해(?)져서 수영장 바닥에 미끄럼방지된 까끌까끌한 곳을 걸으니 아픔 때문에 눈물이 흐를 뻔했다. 

     

     

    그래도 굳건한 의지를 가지고 헤엄도 조금 치고, 친구랑 선베드 하나씩 차지하고 누워서 일광욕 했다. 

     

     

    저녁으로 쌀국수 먹는데 친구가 고수를 쏙쏙 골라내는 것을 보고 양아치라고 영상 찍어둠.

     

     

     

    밥 먹고는 룩아웃에도 올랐는데, 가다가 long term rental available 이라고 쓰여있는 대궐같은 집을 지나쳤다.

    친구 : 오, 롱텀 렌탈... 나중에 돈 많이 모아서 이런 곳 살고싶다.

    나 : 그러게. 근데 장기 하나 팔아도 이런 데는 못 살 거 같은데... 근데 호주도 한국처럼 장기 매매같은 걸 하나?

    친구 : ??? 

    나는 신장이나 각막 등 신체의 장기를 매매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가만히 듣던 친구가 갑자기 나더러 장단음 구별을 안 하냐고 급발진(?)을 했다. 자기는 나의 악센트를 듣고 당연히 장기 단기 (기간이 길고 짧은) 매매를 얘기한 줄 알았단다. 후에는 친구가 의미한 장기매매 (장기 렌탈이나 장기 대여면 몰라도) 자체가 말이 안 되기에 그냥 이 색키가 한국말을 못하는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갑자기 나의 한국어 악센트에 문제가 있다며 맹렬하게 지적을 당하니 어이가 없었다. 눈과 눈, 밤과 밤, 그 외에도 찾아보니 한국어엔 수많은 장단음이 있었는데 테스트 해봤더니 친구는 무려 90% 정도의 정확도를 자랑했다!!!!!! 사투리는 장단음을 구분하는구나!!!!!! 태어나 처음 안 사실이었고, 충격이었다.

     

     

    근데... 수도권에선 그런 거 굳이 구별 안 해도 다 뜻 통하거든요? 

     

     

     

    가뜩이나 여기서 영어도 못하는데, 한국인한테 한국어도 못한다고 갑자기 존나 쿠사리 먹어서 기부니가 나빴지만 (지는 잘 하나?!), 반짝이는 바다가 또 예뻐서 잠시 쉬고 밤에는 맥주 한 잔 마시고 쿨쿨 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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