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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룰루 여행 2,3,4
    다녀오고 뭐라도 남기는 글/2022 호주 2022. 12. 23. 00:55


    해가 저무니까 신기하게도 파티하던 온동네 파리들이 다 집으로 돌아갔는지 코빼기도 안 보였는데, 달이 뜨자마자 마치 계주 바통 터치하듯이 그 파리들의 빈자리를 모기가 메꾸기 시작했다. 바퀴벌레도 얼마나 많던지... 밤에도 꽤나 덥고 습해서 이불을 다 덮지도 못하고 햄버거에서 흘러나온 치즈마냥 다리 한 짝을 축 늘어뜨리고 잤더니 그 다리에만 모기가 잔뜩 물려버렸다. 잠자리에 든 건 자정 쯤이었는데 어차피 3시반 기상이라 잘 자긴 글렀다고도 생각했지만 누군가가 저 멀리서 통기타를 치며 노랠 불렀고 (로라...^^), 사정없이 뇌우가 쏟아졌다가 멈추기를 반복했고, 우리가 자던 천막 근처에 딩고라도 있는 건지 부스럭거리는 소리 때문에 체감상 30분 정도를 잔 것 같았다. 그래도 불만은 없었다. 왜냐면 이게 아웃백의 묘미니까!!!! 그리고 몰래 주퍼두퍼도 먹었으니까!!!!!


    이렇게 밤의 아웃백을 환히 밝혀주는 뇌우가 번쩍번쩍 하곤했다.

    둘째날은 카타추타와 울룰루가 한 번에 보이는 일출을 구경하는 일정이었다. 간밤에 로라가 맞춰둔 3시 30분 기상알람에 맞춰 일어나서 어제 배운대로 잽싸게 침낭을 돌돌 말아 수납하고 고양이 세수하고 대충 아침 챙겨먹고 모두가 한데모여 버스에 올라탔다. 이런 거에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우리 로라는 국립공원 게이트가 열리기도 전인 캄캄한 시각에 도착했고, 보통 남자 관리인은 유도리있게 게이트를 열어주지만 나이든 여자 관리인은 깐깐하다며 오늘은 부디 남자관리인이기를 다같이 빌어보자고 했으나, 안타깝게도 이 날은 여자 관리인 문지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는 1빠였다. 게이트가 열리면 제일 먼저 들어갈 것이 당연했고 의심이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로라보다 더 승부욕이 강한 가이드가 2빠였는지, 게이트가 열리고 도로를 좀 달리자 2빠였던 밴이 풀악셀을 밟았고 이내 우리를 추월했다! 일출 제일 좋은 자리에서 봐야 한다며 3시 반에 강제 기상당한 21명의 여행자들은 우레와 같은 야유를 퍼부었지만 로라가 우리를 진정시켰다. 다행히 앞의 버스와 그리 큰 시간차 없이 도착했고, 나와 친구를 비롯해 사진에 진심인 호주인 캠핑 고인물 부부가 달려서 제일 좋은 자리를 선점했다.


    달이 아직도 환하게 밝혀져있는 밤을 가로질러 다같이 카타추타 국립공원으로 향하는 길.

    타임랩스로 해뜨는 거 찍다가 팔 아파서 포기한 새럼 나야나.

    대신에 쌩 눈에 원없이 담았다.

    요리 솜씨 없는 내가 대충 만든 파블로바처럼 보이는 울루루.


    동쪽에선 해가 뜨고 그 반대편엔 아직도 달이 떠있고, 배변 활동이 원활하지 못한 나와 내 친구 얼굴은 이미 누렇게 뜨고...


    친구에게 울룰루 일출을 본 소감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맨날 뜨는 해를 대체 왜 보러오는지 모르겠네요" 시니컬하게 요지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근데 나도 같은 생각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너랑 나랑 친군가봐...^^
    이제 진짜로 카타추타로 갑니다.


    카타추타는 사진을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있어서 하나도 찍은 게 없다. 뭐 땅이 안 나오게 풀포기, 동물들은 찍어도 된다곤 했는데 그게 가능한 일인지...? 독일인 남자랑 한국인 관광객 분들이 사진 찍지 말라고 해도 계속 셔터를 눌러대서 내가 조그맣게 독일인 귓가에 "You know that we're not allowed to take photos, don't you?"했는데 대답만 오, 예스예스 하더니 계속 찍어댔다. 로라도 주의 주고, 다른 호주인 3명도 계속 'Oh my god. Disgusting...'이랬는데 그들은 들을 생각이 없었다. 거 좀 하지 말라면 하지 맙시다.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줍시다. 뭐 그거 몇백장 찍는다고 집에와서 들여다 보나요? 님들도 나처럼 블로거인가요? 난 심지어 블로거인데 사진 찍는 거 귀찮아 함... 그래서 쓸 사진 없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암튼 트랙킹을 끝내고 운전하며 가는 길에 로라가 사람들에게 자기소개를 시켰다. 이름, 나이, 출신국가, 직업, 취미, 그리고 똥 닦을 때 휴지 어떻게 쓰냐 (존나 TMI임... 아무도 알고싶어하지 않는다고... 근데 로라가 가이드 생활하며 단 한 번도 대충 휴지 구겨서 닦는 그룹 (scrunchers)이 1등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영광스럽게 우리가 유일하게 환경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 말종들로 선정됐고, 스크런쳐가 가장 많은 그룹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를 물어봤다. 여기서 개인적으로 조금 슬프다고 생각한 것은, 우리 버스에 탄 모든 한국인들이 본인의 직업을 현재 없다고 소개하셨는데 나이가 들어서 은퇴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젊은 분들은 길게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고 여행을 오신 거였다. 물론 이 여행을 하려고 퇴사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을 오랫동안 했으니 좀 쉬어가고 싶어서 퇴사했다고 하셨다. 나도 한국에서 일할 때 생각이 났는데 일년에 일주일 정도 여름 휴가도 엄청 눈치보며 남들과 안 겹치게 다녀와야 했고 그보다 긴 휴가는 병가, 퇴사가 아니면 불가능 했다. 잘 놀고 충전해야 또 일도 할 수 있는 것인데… 한국 와이라노…

    암튼 Green glass door라는 게임도 했는데, 로라가 '이 문으로 달 (Moon)은 통과할 수 있지만 해(Sun)는 통과할 수 없다', '망치 (Hammer)는 되지만 못(nails)은 안 된다', '장화 (boots)는 되지만 양말(socks)은 안 된다', '문(door)은 되지만 문고리 (knob)는 또 안 되고'... 뭐 이런 식으로 문제를 냈다. 처음엔 크기의 차이 때문에 문을 통과 못한단 건지, 어디 부속된 것은 안된다는 건지 헷갈렸는데, 도저히 모르겠다고 포기할 즈음 정답자가 3-4명 정도 나왔고 그들끼리 낄낄 거리며 게임을 즐기고 있을 때, 누군가가 '모음이 하나인 것 때문이냐?' 질문을 했다. 나와 친구는 오????? 하다가 감을 잡았고 손을 들어 'Leek는 되고 spring onion은 안 돼?'했더니 로라가 맞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답을 알고나니 이렇게 후련하다니!!!!!


    로라가 또 재밌는 것들 잔뜩 담은 바구니 가져와서 그림도 그려주고 이런 코걸이 다같이 걸고 단체 사진도 찍고... 이거 말고도 진짜 끔찍한 거 많았는데 친구랑 나랑 웃다가 턱관절 빠질 뻔했다. 친구가 나더러 왜케 하는 것마다 다 찰떡이냐며... 어떤 거는 묘하게 이계인 아저씨처럼도 보이던데... 평생 내 하관에 만족하지 못하며 살았는데 울룰루 와서 새삼 이런 하관을 가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되었다. 자존감도 뿜뿜 채워주는 재밌는 울룰루 여행쓰!!!!!


    뜨거운 사막을 휭휭 가르며 캠핑장에 도착하기 전에 들른 곳은 바로 캠프 파이어에 쓸 나무를 구하는 미션지. 심지어 나무를 다 구할 때까지 우린 다음 목적지로 갈 수 없다고 했다. 한마디로 농땡이 피면 얄짤 없다는 소리.
    아무 나무나 가져다 쓰면 안되고, 적당히 통통하고, 잔가지 없는, 곧게 쭉 잘 뻗은 것들로 선별해서 가져오란다. 도끼도 없고 가진 건 비루한 몸과 두꺼운 장갑 뿐인데 어째야 하나 고민하다가, 캠핑 고인물 호주인 부부를 졸졸 따라갔다. 역시 아저씨는 고수였다. 될성부를 나무를 보자마자 가차없이 본인의 몸무게를 실어 나무 기둥을 우지끈 부러뜨려 버렸다. 나와 친구와 아저씨 셋이 힘을 합쳐 통나무를 트레일러 쪽으로 운반했고, 트레일러 위에서 기다리던 로라가 혼자서 힘 좋게 번쩍번쩍 통나무를 받아 올렸다. 시발,,, 언니 존나 머시써... +_+ 이러니 내가 안 반해?????? 잔가지들 때문에 다리에 상처나서 피가 흐르는데도 로라는 전혀 개의치 않아했다. 역시 호주 제일가는 상여자여... 윌 유 매리 미??????


    캠프파이어에 쓸 나무를 한가득 싣고 다시 국도를 열심히 달렸다. 길가의 소들 보고 사람들이 카우다!!! 하면서 사진과 동영상 찍을 때 (시골짝에 사는 내 친구는 '저런 거 우리 동네에서 맨날 보는데...'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이번 캠핑장엔 수영장도 구비돼 있어서 다같이 모여 수영도 하고, 맥주 마시면서 시간을 보냈다. 영국에서 온 커플 중에 한 남자가 정말 심각하게 목덜미만 시뻘겋게 탔길래 내가 눈치없이 '근데 넌 썬스크린을 거기만 안 발라?'하고 물었더니 옆에서 그의 여자친구가 흐린 눈을 뜨더니 '오오 어떤 남자의 여자친구가 제대로 케어를 안 해주고 있네에헤헹'하고 웃었다. 근데 진짜 서로 케어를 안 해주는 것 같아 보이긴 했다. ^^ 여자가 훨씬 아까워보이기도 했고...


    이번 캠핑장엔 딩고가 많아서 개인적으로 넘나릐 행복했는데, 로라가 저녁 준비를 마치고 사람들을 집합시켰고 둥그렇게 앉아 각종 고기와 구운야채를 허겁지겁 먹고 있으니 가까이서 딩고가 우릴 노려봤다. 나는 속으로 '아웅 넘모 귀엽당'하고 쪼쪼쪼하고 있었는데 딩고가 '아오오오오오오옭!!!!!!!!!!!'하며 난데없이 하울링을 하는 것이 아닌가? 딱 봐도 '야 딩고 친구들아 여기 인간 좆밥들이 모여서 고기파티한다 뺏어먹자!!!!!!!!!!'였다. 역시나 내 예상은 적중했고 저 멀리 어딘가에서 다른 딩고가 하울링에 대한 답신호를 보냈다. 로라는 딩고들이 우리의 음식을 탐내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쓰레빠 핸드폰 팬티 등등 별의 별 것을 눈에 보이는대로 다 물어가니까 특히 소지품도 조심하라고.


    직화구이로 먹는 음식들은 별 것 없어도 정말 꿀맛이었다. 로라가 마시멜로 구워먹을 사람 먹으라고 던져줬는데 내가 꼬챙이에 껴서 불에 갖다대려는 찰나에 미친듯이 폭우가 쏟아졌다. 염병...
    이번엔 진짜 큰 비바람이 몰아쳐서 키친이 있는 천막이 다 뜯겨나갈 정도였다. 비 바람이 사선으로 내 몸을 강타했는데, 비 맞고 아픈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그리고 바람 땜에 얼마나 춥던지. 30분 정도 지났을까 우리는 비 쫄딱 맞은 거지꼴, 부엌은 아수라장이 됐고, 로라는 미친듯이 깔깔거리며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다음달 가이드 동료들에게 자랑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역시 상여자!!!!!!! 넘나 멋쪙.



    그리고 로라가 저녁 식사 때 익일 일정을 설명해줬는데, 킹스캐년 트랙킹을 위해 이번엔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한다고 했다... 응? ^^
    제가 여기 돈 내고 여행온 거지 군대온 거는 아니지 않습니까...? 오늘도 3시 반에 일어났는데 이번엔 3시에 일어나라뇨? 우리 인간적으로 잠은 좀 자야하지 않겠읍니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뭐 어쩌겠나. 울루루는 사막이라 해가 뜨면 너무 덥기도 하고, 그러면 트랙킹을 할 수 없고, 그러니 해 뜨기 전부터 움직여야 하는 것은 여기서 국룰임. 그리고 우리 그룹의 한국인 분들, 엄마 아빠뻘인데도 군말 없이 다니시는데 내가 불평하기도 좀 그렇고...



    그렇게 킹스캐년에 도착.


    가파른 계단 오를 때만해도 컴컴했는데, 해가 뜨고나니 또 금세 환해졌다.


    로라가 약초로 쓰였던 나무들, 원주민들이 어떻게 먹어보고 판별했는지 등등 설명해줬고, 왈라비인지 캥거루도 보았다. 어떻게 이런 높은 곳에 와서 살지??????


    킹스캐년의 바위들은 케익같이 생겼다 (멋있는 자연 앞에서도 오로지 먹을 거 밖에 모르는 바보).

    에덴 동산에서.
    로라가 에덴 동산에서는 사과를 먹어줘야 한다며 트랙킹 시작 전에 사과를 하나씩 나눠주었고 여기서 맛있게 냠냠 먹었다. 고요하고도 잔잔하게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울룰루 친구랑 와서 재밌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정상에도 잉차잉차 열심히 올라보고.


    여기서 다같이 야호 소리 질러서 메아리로 돌아오는지 실험도 했는데 진짜로 두 번까진 선명하게 들렸고 세번째는 진짜 고요하게 있으면 들린다고 했다.

    온 산의 정기를 받아갑니다.


    날씨도 덥고 4시간 반정도 걸리는 코스라 물병을 최소 2리터는 가지고 다니라고 신신당부하고 등산 전에 로라가 사람들 가방 일일이 체크도 하는데, 물론 덥고 힘드니 평소보다 갈증이 많이 나긴 했지만 난 사실 1리터도 다 마신 적이 없다. 나같은 먹보는 물보다 주전부리를 더 많이 챙겨가야...
    ...?


    로라는 이번에 묵는 숙소가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숙소라며 자기가 무려 3미터나 삽으로 땅을 파서 손수 화장실을 만들었다고, 애정이 듬뿍 담겨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리고선 우리를 펍 같은 곳에 내려주고 시원한 맥주를 마시게 했다.


    나도 로컬 맥주 한 캔을 까서 사람들과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응급실 간호사인 친구에게 사람들이 이거 아프면 어떡하냐 저거 아프면 어떡하냐 무슨 약 먹어야 하냐 질문 세례를 했다. 저런 거 보고 있으니 새삼 응급실 안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거기서도 나 안 뽑아줌)
    사족 : 세상의 아픈 선생님들... 가볍게 아프면 동네 병원 의사를 찾아가시고, 장애가 오거나 죽는 건가? 의심이 들면 구급차 불러서 응급실 가세요. 진단은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 간호만 간호사에게. ^^


    암튼 우리는 로라가 손수 만들었다는 의문의 화장실을 두 눈으로 독독히 봐버렸고...


    현타가 온 새럼들은 노을을 벗삼아 맥주를 더 마시기 시작했다.



    벌컥벌컥... 이건 꿈일 거야... 거짓말이야...



    누군가 현대미술 작품처럼 기가막히게 사진을 찍어주었다. 쿵짝쿵짝 파티하는 사람들을 등지고 마음 불편해서 똥이 과연 잘 나올랑가 모르겠다만... 파리도 얼마나 많던지 은근히 변기도 높아서 나는 까치발을 들어야 했다. 로라는 똥만 저기서 해결하고 오줌은 풀숲 어딘가에 걍 엉덩이까고 싸라고 했는데 차마 뱀도 있다는 곳에서 용맹하게 나의 엉덩이를 깔 수 없었다. 왜 우리에게 그렇게 로라가 맥주를 권했는지 이유를 알 수 있는 밤이었다. ^^ 흐린 눈으로 세상을 보면 아름다워 보이는 법이지...


    밤엔 또 둘러앉아 캠프파이어를 하고 로라가 애플 크럼블을 만들어줬다. 사실 로라는 도시쥐인 나의 관점에서 봤을 때 위생상태가 늘 걱정스러웠는데 또 이런 게 아웃백 캠핑의 묘미 아니겠는가!!!! 하며 잘도 받아먹었고 배탈난 적도 없었다. 근데 이런 거 극도로 싫어하는 깔끔쟁이나 럭셔리(?)한 삶을 지향하는 선생님들에겐 이런 캠핑 좀 충격일 수 있겠다 싶다...^^
    그래서 트립 어드바이저 후기 보면 극과극이다. 나처럼 '이런 캠핑 처음이야 넘모 재밌어!!!!!!! 개추천!!!!!!!!'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돈 내고 내가 왜 이런 푸대접 받아야 하는 거조? 왜 우리가 그 땡볕에 장작을 구하러 다녀야 하조? 왜 밥 먹고 설거지까지 시키는 거조? 왜 음식 만드는데 도와줘야 하조?' 하는 사람도 좀 있었다.
    매끼니 음식은 서로 도와가면서 하는데 사실 21명의 삼시세끼와 설거지를 가이드 혼자서 한다고 하면 불가능이고 시간도 너무 지체될 거고 캠프파이어용 장작도 그렇고 나름 다 이해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렇다고 불만 가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다. 아웃백 캠핑이 빡세긴 좀 빡세니깐...^^


    로라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줬는데, 진짜 진짜 진짜 진짜 잘 불러서 반했다!!!!!!!!!!
    나 이 여행 이후로 20살 이후로 놓았던 기타 다시 배우겠다고 요즘 학원 알아보고 다니고 있다. 진짜 노래 너무 잘해. 결혼해 나랑!!!!!!!!!!!!


    깜깜한 밤인데 달이 저렇게 환해.



    애플 크럼블 먹는데, 그릇에 담으니 마치 친구네 개밥이랑 똑같다고 사진 찍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로라가 자기가 노래 했으니 이제 다른 사람들의 장기자랑을 봐야 한다며 우리에게 뭐 없냐고 눈치 줬는데, 나랑 친구는 아시안 스쿼트를 내세웠고 다른 영국인들이 너무나 쉽게 따라했다. 그래서 할말 없는 내가 '그럼 너 이제부터 아시안 해라'라고 함...^^

    각자 캠프 파이어 주변에 침낭을 펴고 누웠는데, 우리 바로 옆에서 영국인 커플이 이빨을 닦았고 그 칰카칰카촠코촠 우르르르륵 입 헹구는 소리가 너무 웃기고 찰져서 친구가 까마귀 소리를 내며 웃었고 나는 그 까마귀 소리에 빵터져서 캬캬컄끆끅끅 했고 우리가 웃는 소리를 듣고 호주인 3총사가 천식 환자들처럼 꺼억꺼억대며 같이 웃었다. 다음날 아침 호주인 3총사가 말하길 니네 웃는 소리 때문에 내가 웃음이 안 멈췄다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 너두? 야 나두!!!!!!


    이번엔 5시에 일어나 캠핑장엔 샤워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첫날 묵었던 캠핑장으로 돌아가 샤워를 하고, 마지막으로 기념품 샵도 들르고 공항으로 돌아갈 거라고 했다. 로라는 트립 어드바이저에 후기를 남겨주면 아주 감사할 거라며 나쁜 후기 쓸거면 자기 이름은 이제부터 케이트니까 그리 알라고도 했다. 그리고 로라가 이 캠핑장을 굳이 마지막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었는데, 첫날 화장실도 제대로 없는 이런데 데려오면 다들 울면서 집에 간다고 할 거니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서 제일 마지막날 데려오는 거라고 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샤워장 있는 캠핑장으로 다시 돌아와서 트레일러에다가 짐을 싣고 있는데, 친구와 내가 '로라 한국인들 속으로 진상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녀? 여기 왔었던 한국인 관광객들 맨날 컵라면 먹을 거니까 뜨거운 물 달라고 할 거 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고 있는데 한국인 관광객들 수트케이스를 날라주던 로라가 '이거 왜 생각보다 무거움? 안에 뭐 들었음? 컵라면이라도 들었음?'해서 나랑 친구랑 진짜 개 빵터졌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실제로 일어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새럼 생각하는 거 다 비슷하구먼.

    샤워도 하고 에어컨 시원하게 나오는 쇼핑센터에 내려서 커피도 마시고 샐러드도 먹고 있으니 난 시골에선 못 살겠구나 싶었다. ^^ 맨날 은퇴하면 아무도 없는 시골짝에서 혼자 조용히 사는 게 꿈이라고 하고 다녔는데 개뿌리나... 나는 평생 재밌는 거 많이 있는 도시쥐로 살란다!!!!!!!!!


    남들 내년도 달력사고, 예쁜 기념품 고를 때 난 개가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길 수 있는 뾱뾱이 들어간 장난감 딩고를 샀는데, 친구가 개도 없는 니가 왜 이걸 사냐고 했지만.............
    후훗 모르는 소리다.
    이건 개를 위한 게 아냐!!!!!!!!!!
    날 위해 산 거야!!!!!!!!!!!
    로라가 공항으로 바래다 주는 길에 오늘의 가장 인상적인 쇼핑으로 '개도 없는 인간이 자기 자신을 위해 산 내 딩고'를 꼽아줬다.
    창피하지만 고마워...


    공항 앞에서 로라와 짧게 허그하고.
    가이드도 정말 사람을 좋아하는 댕댕이 같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구나 느꼈다. 나라면 진작에 다 부셔버리고 싶었을 거야. 로라 정말 존경스럽다!!!!!!!!


    시드니에 잠시 내린 나와 친구는 부랴부랴 택시를 잡아타고 마라탕을 수혈하러 갔다. 자극적인 이 맛!!!!!!!!! 넘모 그리워써!!!!!!!!!!!!
    도시가 북적거리고 싫다는 친구는 얼른 시골짝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아니,,, 여태까지 시골짝에서 구르다가 이제 도시에 왔는데 뭔 소리고... 그리고 이 친구는 평생을 서울에서 살다가 시골에 간 지 이제 2년 밖에 안 됐다. 누가 들으면 일평생 아웃백에 산 줄 알 거야. 진짜 웃끼는 녀석이다.



    이렇게 울룰루 여행이 끝났다.
    친구와 우리집에서 하룻밤 더 같이 자며 친구가 피부에 좋은 거라고 무슨 팩 해줬는데, 팩 색깔이 시커매서 흡사 얼굴에 똥칠한 사람처럼 보였다. 그렇게 셀카 찍고 서로 존못이라고 개놀리고, 친구는 사진들을 보더니 앞니가 그렇게 큰데 왜 주퍼두퍼를 못 끊어먹었냐고 했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진짜 나쁜새끼,,, 근데 맞말이라 나도 빵터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 여행은 사실 혼자왔다면 그렇게까지 재미 없었을 거지만 친구랑 함께라 더 재밌었다. 역시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랑 함께 가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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