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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얼리 비치 4,5,6
    다녀오고 뭐라도 남기는 글/2022 호주 2022. 3. 6. 16:57



    이번 여행기의 제목을 계속해서 에얼리 비치로 하고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배 타고 위트선데이즈 섬을 둘러본 것이 3일 정도다. 배를 탄 뒤엔 인터넷이 안 터지기 때문에 내가 어디있었는지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마지막 날 내 위치가 대충 이 쯤이었고, 다시 뭍으로 돌아올 시간엔 날씨가 더더더더 궂어져서 안 하던 배멀미를 할 지경이었다.

    발은 비브리오 패혈증이 아닌가 의심될 정도로 퉁퉁 부어올랐고 (사실 그거 뭔지도 잘 모르고 살면서 본 적도 없음), 혹시나 열은 안 나는지 계속 이마에 손을 짚어가며 체크했다. 한걸음 한걸음이 정말 고통이었다. 드레싱이 없어 응급으로 휴지로 발도 둘둘 말아보고 별 짓을 다해봤지만 큰 소용이 없었다. 배에서 내리자마자 선착장에서 가장 가까운 카페에 가서 친구랑 아점부터 먹고, 호텔까지 30분을 도저히 걸을 수 없어 택시를 불렀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는 오질 않고 (이 동네엔 우버도 디디도 없음 오로지 콜택시 뿐), 친구가 혼자서 호텔까지 간 뒤에 택시를 부르고 드레싱을 사오겠다고 출발했고, 그동안 배에서 같이 3일을 보냈던 대만인 매기가 나의 말동무가 되어줬다.
    매기는 워홀러로 3년을 호주에서 지내다가 이번 로드트립을 끝으로 다시 대만으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했다. 여기 남고 싶냐 다시 돌아가고싶냐 물었더니 여기 남고 싶지만 비자 때문에 어쩔 수 없단다. 나더러 영주권자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자기랑 결혼하자고 그래서 내 친구도 영주권자니까 쟬 꼬시라고 했더니 쟤는 나처럼 유머감각이 없어서 별로랬다. 후후... 내 유우머가 은근히 먹히나 봄. ^^ 대만에선 뭘 했냐니까 프로그래머였다고 하길래, 그래 그럼 당장 나랑 결혼하자고 했다. ㅋㅋㅋㅋㅋ 프로그래머 멋쪄... 시시콜콜한 얘기하다보니 어느덧 친구가 택시를 타고 돌아왔고, 매기에게 여행 잘 하고 건강히 지내라며 바이바이 했다.


    두번째 숙소는 클럽 만트라 크록이었는데 에얼리 비치의 메인로드와는 약간 거리가 있었다. 밤에 호텔 수영장 뷰가 아주 멋졌다. 호텔에 도착 후, 수술실에서 일하는 친구는 이번만큼 자기가 서젼이 되어주겠다며 이런 경우 운드 이리게이션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내 물집을 터뜨려서 그 안을 노멀세일라인으로 다 닦아내는 게 우선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친구의 꼬라지는 영 믿음직스럽지 못했지만 묘하게 설득력 있어서, 결국 발을 맡기기로 했다. 친구가 내 발 만지지도 않았는데 소리부터 지르고 아주 지랄 난리였다. 어쨌든 몇번의 비명과 난리부르스를 겪은 뒤, 환부를 깨끗하게 소독한 후 물집을 째고 이리게이션 한 뒤에 드레싱을 붙였다. 통증은 그대로였지만 그래도 기분은 좀 나아졌다. ^^


    아점에 이어 저녁도 내가 사는 것이었기 때문에, 우리의 최후의 만찬은 좀 좋은 것으로 먹자고 했다(왜냐면 이 여행 이후로 안 볼 사이니깐^^). 구글링 해보니 노덜리즈라는 레스토랑이 있다는데 친절하게 호텔 앞까지 픽업하는 셔틀버스도 운행하고, 바다가 보이는 뷰도 좋은 곳이라길래 냉큼 예약했다.
    그동안은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어딜 나갈 수 없었기에 친구와 나는 호텔방에서 MJ 콘서트 영상을 보고 갖가지 노래를 열심히 불렀다.


    그렇게 예약한 저녁 시간이 다가왔고, 셔틀을 타고 20분 정도 달려 레스토랑에 도착.


    생각보다 너무 마음에 드는 레스토랑이었다!!!!!!


    이 조명, 온도,,, 습도,,,


    비만 안 왔어도 바깥에 앉아서 먹는 건데...


    주문한 시푸드 플래터가 나왔다. 나는 안 익힌 해산물은 안 먹기 때문에 다 친구 줬고, 익힌 새우와 랍스터 비슷한 녀석 그리고 칩스를 공략했다. 음식도 맛있었고, 친구와 함께 나눴던 대화도 좋았다. 친구는 올해의 목표로 우리 둘 다 상처보다 더 큰 사람이 돼보자고 말했다. 이 날의 대화 덕분에 그럼 나도 앞으론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게 됐고, 몇 번이나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는 친구를 보며 대단하다 싶었다.

    이 날 돌아오는 길에 친구가 사투리 몇 개 알려줬는데, 자기네 동네에선 시비 걸려면 '마! 자신있나?' 하면 되고, '귀통배이를 화아악 올려쳐뿐데이' 이렇게 위협하면 된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이 얘길 들은 다른 친구3이 참 combative한 좋은 표현을 가르쳐줬다고...


    그리고 다음날 조식. (나중에 추가된 내기로 내가 마지막으로 사는 끼니는 이것이 아니게 된다... )



    밥을 먹고 본격적으로 호텔 수영장을 이용해보려 내려왔다. 근데 내일이 마지막 날인데 라군에서 제대로 수영 한 번 안 해봤다는 생각에

    갑자기 라군으로 이동!


    호텔에서 라군까지 가는 해안 산책로가 정말 예쁘다. 좀 걸리긴 함. 30분 정도.


    하필이면 이 때가 우기라 이렇게 쨍쨍한 하늘이었다가 갑자기 폭풍우가 몰아치곤 했다.


    물놀이 하다가 나와서 음악 들으며 법륜스님의 책을 읽고 또 읽고, 그래그래 맞아맞아 했다. 스님의 말씀은 언제나 나를 구해줌.



    물놀이 하고 나와서 갑자기 파스타! 굉장히 맛 없었음. 하지만 법륜스님의 책을 열심히 읽은 후였기에, 그저 행복할 뿐.


    내가 친구한테 '본인 코고는 건 인지하고 있냐 (그렇게 살다 언젠간 수면 중 사망할 것 같던데 CPAP 머신 써야 하는 거 아닌가)' 걱정스런 마음에 물어봤는데 자기 또 코 골면 이 고영희가 허스키 때리듯이 한대 쎄게 치란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옆으로 누우니까 코골이가 덜하다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그 뒤로 그냥 마음에 안 들 때마다 한대씩 치고 있음.

    이 친구 등판도 내 앞가슴이랑 비슷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선명한 손바닥 자국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동안 내가 세 끼나 샀으니까 양심적으로 자기가 마지막 저녁을 사겠다며 친구에게 얻어먹은 칵테일과 파스타와 스테이크. 남이 사주니까 역시 맛있었다.



    칵테일과 와인을 마시고 좀 취한 우리는 방으로 돌아와서 다음날 식사를 건 내기 종목을 정했는뎈ㅋㅋㅋㅋㅋㅋ (이쯤되면 내기에 맛들림) 이번 주제는 웃참 챌린지였다. 서로가 재밌다고 생각하는 1분 내외의 영상을 미리 선별해 놓은 뒤, 다음날 공항에서 보여주고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사람이 지는 걸로 했다. 난 매우 자신이 있었다! 그동안 인스타 릴스와, 각종 짤들로 단련된 이 모미 아무 것에나 웃을 쏘냐! 와하하!!!!!! 난 웃음 장벽이 매우 높은 사람이라고!!!!!! (응 아님)


    마지막 날이 밝았고, 체크아웃 전까지 수영장에서 책 좀 읽다가, 호텔 근처 커피숍에서 커피 한 잔 때리고 셔틀타고 공항에 가기로 했다.
    탱탱부은 내 발. 저 수 많은 멍은 보트 위에서 벙커 왔다갔다 하다가 생긴 거고 발목과 발등의 상처는 첫날에 망할 샌들 때문에 생긴 것이며 종아리와 허벅지엔 모기가 피 훔쳐간 흔적이 여러군데 남아있었다.
    어쨌든 썬베드에 누워, 법륜스님의 책을 재독하며 세상 모든 생물을 부처로 삼아, 끊임없이 배워나가기로 또 다짐했다.



    그리고 공항에 도착하여 대망의 웃참 챌린지 타임이 왔다.
    내가 먼저 스포츠카처럼 우는 실연 당한 여자로 친구에게 선제공격을 했다.


    와... 
    대단한 친구놈 미동도 없었다. 알고 봤더니 10년도 더 전부터 엽혹진에서 돌던 동영상이라나? 게다가 이 사람 여자가 아니고 남자랜다. 왜케 자세해 미친놈...

     

    좋아. 다음!

     

    친구가 뭔갈 보여줬는데 역시 허파에 기별도 안 갔다. 후후. 뭘 봤는지 기억에도 안 남아있음.

     

     

    다음!

    두번째 나의 공격은, 웃음 소리 이상한 사람들 콘테스트였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게 안 웃겨? 진짜 안 웃기다고?
    저 남자가 뱃고동처럼 워어어어어 하고 돌아다니는데?
    친구는 이 영상을 처음에 봤을 때 자기 몇십분동안 웃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는 맛이라 참을 수 있었다고 했다.
    젠장. 생각보다 보통 미친놈이 아니었다.

     

     



    그리고선 친구의 공격 차례가 되어 이 영상을 보여줬는데,



    다른 건 다 괜찮았는데,
    '씨발... 돈 벌기 존나 힘드네...' 짝짝짝에서 나도 모르게 터져버렸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이건 이 부분이 너무 웃겨서가 아니라 친구가 옆에서 그 부분에서 빵터졌기 때문이다. 웃음은 전염되는 거니까!!!!!! 아휴 열받아. 전략적인 색키.


    어쨌든 이로써 내가 네 번이나 내기에 진 꼴이됐다.
    비행기표도 친구가 거의 다 낸 셈이고, 원래도 내가 밥 좀 사야지 마음은 먹고 있었는데, 돈이 문제가 아니라 게임에서 자꾸 지는 게 열받았다. 


    그래도 부처의 마음으로, 모든 것을 부처로 봐야지하고 마음의 수양을 하며 비행기타고 집으로 잘 돌아왔더랬다. 

     

    근데 공항 주차장에 세워둔 친구 차에 개미떼가 드글드글 꼬여있어서 진짜 둘다 개소리지르고 기겁하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몸에 개미 기어다는 너낌임.

     

     

     

     

    안녕 에얼리 비치!

     

     

     

    조금씩 나아가는 것처럼 보였던 발이 또 덧나는 바람에 결국 지피에 갔고, 지피가 보자마자 언제부터 이 지경이었냐고 감염됐으니 당연히 존나 아팠던 거라며 플루클록스 먹어야했지만, 전체적으로 재밌었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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