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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르시시스트
    낙서장 2022. 11. 4. 18:55


    음.
    방금 '나는 원래 기록 남기기를 좋아하는 인간이었는데'라고 쓰려다가 원래라니 내가 언제부터 그런 인간이었나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진짜 그런가? 20대 언저리엔 그랬던 거 같기도 하다 (기억의 왜곡일 확률 매우 높음). 30대 초반까지는 블로그에 열심히(?) 일기를 쓰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가뭄에 콩나듯 기록을 남기는 편이고, 기록을 덜 남기니 자연스레 반추를 덜 하게 되고, 그로인해 좀 더 행복해짐을 체감한 뒤로부턴 남긴 기록도 안 보는 편이다. 머릿 속이 깨끗해짐과 동시에 지식도 많이 잃었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나는 기록 남기기를 좋아하는 인간인가 아닌가? 그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내가 정하는가? 그럼 타인도 나의 기준에 동의하는가? 나의 기준은 얼마만큼 설득력이 있나? 이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보니 무엇을 규정하는 것은 이다지도 힘든 일이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안해지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내 뇌는 이것저것 규정하고 다니는가, 피곤한 뇌생이로다 싶었다. 예전에 즐겨찾았던 블로거분이 남기신 일기에 이런 비슷한 문장이 있었는데, 자신의 베프는 자기 자신이라고 이제 자신을 많이 알게됐고 제법 많이 친해져서 무척 좋다는 내용이었다. 그걸 읽고 부러워서 나도 나와 너무나 친해지고 격하게 알아가고 싶다고 느꼈다. 현재 나는 나와 친한가? 나에대해 많이 아는가? 과거의 언젠가는 좀 안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대체로 난 나에 대해 모르는 게 투성이다. 근데 왜 이렇게 나에대해 알고싶어하는지 모르겠다. 모르고도 잘 살 수 있지 않나? '그냥 좀 지 알아서 살게 냅둬버려라'하고 싶은데 계속, 정말로 끊임없이, 나에 대해 알고싶어하는 욕망이 솟구친다. 나는 나를 너무 사랑하나봐. 이렇게까지 관심이 끊이지 않는 걸 보면. 근데 나 아니면 또 누가 나를 이렇게 사랑할까. 그니까 미워하진 말자.


    결국 나를 알고자 하는 욕망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김국환의 타타타로 이어졌다. 정말 어렸을 때 들어봤던 노랜데, 가사가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인 줄 알았더니 '네가 나를 모르는데'였다. 문맥상 네가 나를 모르는데가 맞긴 한데, 내가 나를 모르는데도 맞는 소리지 뭐. 우리 다 아몰랑. 근데 김국환 아저씨 노래 굉장히 음이 높고 가사가 철학적이다.
    '산다는 건 그런거지, 수지맞는 장사잖소
    알몸으로 태어나서 옷한벌은 건졌잖소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무슨재미
    그런게 덤이잖소'
    그래, 덤으로 태어난 거 옷 한 벌 건지면 된 인생이다.


    영앤리치 친구와 만나서 치킨도 먹고 떡볶이도 먹었다.
    일도 똑부러지게 잘하고 20대 중반인데 벤츠 끌고 다닌다. ㅎㄷㄷ


    이 말만큼 내 삶에서 큰 울림을 준 건 없는 듯.
    모든 건 지나간다.
    이 모든 건.
    희노애락, 삶, 죽음, 우주, 모든 것들이 지나갈 뿐이다.


    홍진경 님만큼 똑똑하고 마음 따스한 분 세상에 또 없는 것 같다.
    홍진경 님이 이렇게나 애정하는 분이 누굴까, 이 정도면 얼굴도 모르는 정신 님이 궁금해지기까지 하는데. 홍진경 님처럼 누군가를 예쁘게 들여다봐 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게 더 부러워. 나도 누군가를 이토록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으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수다 떨다가 결국 친구 집까지 따라가서 와인까지 마셨다. 타인들에게 다채로운 평가를 받고 산다. 누구는 나더러 정말 웃기다고 하고, 누구는 굉장히 말이 없는 편이라고 하고, 누구는 집에서 막내로 사랑만 받고 큰 철없는 사람 같다고도 하고, 누구는 세상 근심 걱정 많아보인다고 하고, 누구는 내 텐션이 너무 높아서 부담스럽다고 하고, 또 누구는 기가 쎄보인다고도 하고, 도 누군가는 호구같다고도 했다. 이 많은 평가 중에 진짜 나는 누구인가로 예전엔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이젠 안다. 이거 다 내가 맞고, 또 아니기도 하다. 그리고 타인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신의 렌즈로 타인을 보기 때문에, 평가는 다양할 수밖에 없는 거다. 그러니, 이제 누가 '넌 ㅇㅇㅇ한 것 같다'하면 '응 니 눈엔 그렇구나'하면 되는 거다. 매우 간!단!깔!끔!


    칵테일 파티 초청 받아서 드레스 같은 거 입어봤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할 뿐이야.


    넘모 웃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필라테스 두 번째 나가봤다.
    동네에 있는 곳 중에 어디가 좋을까 체험해보는 중인데 일단 첫 번째 가본 곳은 쉴틈없이 근육을 마구 조지는 스타일로 사람도 많고 음악도 좀빠른 편이다. 필라테스 동작을 이미 많이 익힌 경력자들이 리듬감 있고 빨리 끝내기에 좋아보인다. 두 번째 가본 곳은 첫번째보단 음악도 분위기도 정적이고, 인원도 적었는데, 그렇다고 선생님이 자세를 한명씩 봐주는 것은 아니었다. 정면에 거울이 없어서 내 자세를 체크할 수 없다는 게 아쉽다. 필라테스 수업 당일엔 몰랐는데 다음날 되니까 안 쓰던 근육들이 비명을 지르는 게 느껴진다. 요가나 다른 운동보다 필라테스가 더 재밌다. 그래서 앞으로 한 곳만 더 방문해본 뒤에 꾸준히 다닐 스튜디오를 선택할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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