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욕심
    낙서장 2023. 4. 4. 23:59

    한국에서 돌아온 지 이틀 째다. 평생 안 그럴 줄 알았던 내가 이젠 가족이 그립고, 애틋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1년에 한 번 정도만 보니까 특히 부모님 나이드는 것을 매번 실감하게 되는데 (물론 나도 딱 그만큼 늙음), 이번 방문으로 느낀 점은 엄마의 운전 실력이 이젠 좀 간당간당 하지 않나 싶고, 위생관념이 점점 더 안 좋아지고 있으며, 청력도 안 좋아졌고, 배가 더 나오고 다리는 더 말랐다는 것. 최근에 오랫동안 키웠던 강아지 두 마리를 차례대로 보내고 엄마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남은 강아지 두 마리는 보는 내가 정신 없을 정도로 엄청 깨발랄했는데 전보다 훨씬 얌전해졌다. 엄마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실언을 좀 했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못했고 절대 그런 의미가 아녔다고 했다. '엄마가 왜 그럴까, 좀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생각하며 은근히 타박을 했고, 뭐든지 내가 맞다고 목소리 높여 말했고, 운전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가르치는 말투로 엄마에게 지적질을 했다. 엄마는 나의 말에 고갤 숙였고, '아이고 내가 그랬어? 왜 그랬대? 이제 내가 많이 늙었나보다' 라고 했다. 엄마의 실언에 화가 난 오빠는 엄마에게 날선 말들을 했고, 엄마는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빠에게 용돈으로 쓰라고 부친 돈의 몇 배나 되는 금액을 비행기 값이라도 하라며 되돌려 받았고, 난 다시 그 돈을 엄마에게 토스했다. 엄마가 기뻐했고, 나도 그 모습을 보니 기뻤다. 아직도 엄마는 하루도 빠짐없이 일하러 나가고, 가끔씩 술에 취해 밤새도록 울고, 외할머니 욕을 한다. 아빠도 여전히 열심히 일을 하고, 술을 꽤 자주 마시고, 딸이 한국에 올 때마다 큰 돈을 척척 손에 쥐어준다. 예전과 그대로지만 또 그대로이진 않았다. 공항 리무진 버스 정류장에서 엄마는 내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강아지들과 함께 손을 흔들었고 나는 터져나오는 울음을 꾹꾹 참고 참다가 엄마가 안 보이자 얼굴을 구기고 한참을 울었다. 세상엔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일들 투성이고, 어떤 상황에서든 배운다는 마음으로 살기로 한지 몇 개월이나 지났나, 내가 언제 그딴 마음을 먹기라도 했냐는 듯 다시 걱정, 괴로움, 분노에 휩싸여 살고있다. 이것도 다 내 업보이고 업식이겠지. 내가 아무리 머리로는 알아도 실제론 그렇게 마음 먹은대로 자로 잰 듯이 똑바로 살 수 없는 것도... 중생으로 태어난 주제에 하루 아침에 부처님처럼 깨닫길 바라는 것도 욕심이다, 욕심이야. 법륜스님 책 읽고, 다시 마음을 다 잡아야겠다. 

     

    '낙서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믿음  (0) 2024.03.02
    상념  (0) 2023.04.24
    나르시시스트  (0) 2022.11.04
    유죄인간  (0) 2022.07.28
    논문 걸러내기의 곳통... (개솔)  (0) 2022.07.27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