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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스 여행 1,2
    다녀오고 뭐라도 남기는 글/2023 호주 2023. 5. 8. 23:43



    누가 먼저 꺼낸 얘긴지 기억은 안 나지만 몇개월 전에 친구와 퍼스 여행을 계획했더랬다. 퍼스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쿼카, 광산, 골드러쉬 뿐이었지만 나에겐 귀얌둥이 쿼카 하나만으로도 퍼스에 방문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https://youtu.be/uzfFItqjEis

    저 조그만 손으로 나뭇잎을 옴뇸뇸 먹는데...!!!!! 어떻게 돌고래 소리를 내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진심으로 내 퍼스 여행 이유의 8할은 쿼카와 셀피를 찍기 위함이었다. 
     
     
    아무튼 퍼스로 떠나기 전날, 나와 함께 멋진 할망구가 되어가는 친구(생일은 이미 일주일이나 지남….ㅋ)를 위해 샐러드, 파스타, 스테이크 등등을 손수 만들어 대접했다. 풍선도 불고 케이크도 사고 반짝이 숫자 초도 샀다. 여기서는 구하기도 힘든 무려 자색 고구마 케익에 32숫자를 뙇 꽂고 생축 노래를 불러주고 손바닥에 불이나게 박수도 쳐줬다. 그리곤 ‘이렇게 남을 위해 여는 성대한 생파는 내 인생 처음이돠! 나한테 고마워해라 이 미천한 녀석! 와하하하!’라고 생색을 마구 냈다. 친구는 밝은 얼굴을 하고 촛불을 후후 불고 나더니 ‘근데 나 33살이여’라구 했다.



    ….
    …….
    ……….

    쫘식이 그걸 왜 이제 말해!! 일찍 말해야지!! (그래도 달라지는 것은 없음)






    6:20 비행기라 새벽같이 짐 싸고 공항으로 가고 있는데 띠링-하고 문자가 왔다.
    바로바로오-
    우리 비행기가 엔진 문제로 취.소.됐.으.니. 다른 비행기를 타라는 얘기였다.

    예…? 그걸 겨우 2시간도 안 남은 새벽에 이렇게 통보하면 엊쩌라구요…? 

    나는 예전에 딱히 보상도 없이 비행기가 다음날로 미뤄진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그렇게 될까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 이번엔 무사히 퍼스로 날 수 있었다. 비록 3시간 공항에서 빈둥거려야 했지만...^^ 기내식은 라비올리였는데 내가 발로 만들어도 그것보단 맛있을 터였다. 호주인들의 입맛이란… 알 수 없다. 그리고 사실 별루 알고싶지도 않다.











    4시간 정도 지났나, 퍼스 공항에 내리니 사람도 별로 없고 꽤나 한산했다. 그래도 여기선 꽤 이국적(?)인 냄새가 난다고 킁킁대며, 디디를 불러 친구와 쌀국수 집부터 찾았다. 평점순으로 검색해서 간 곳이었는데 한국인들에게 추천이다. 왜냐면 미천한 쌀국수에서 무!려! 호화로운 갈비탕 맛이 나기 때문이다! 호주에서 갈비탕 한 그릇에 거의 30불인데 이건 19불이고 갈비가 너무 커서 심지어 매번 남겼다. 거짓말이 아니다. 사진을 보시라!


     
     
     
    짜잔!!!!!

    첫째날.
    진하고 조미료 많이 때려넣은 고기 국물… 이 맛을 차마 잊을 수 없어서 (다른 것은 잘 잊어도 이런 것은 잘 못잊는 편),

     
    한 번 더 방문함.
     


    Pho Thanh Dat

    425 William St, Perth WA 6000



    사장님이 돈 많이 벌어서 우리 동네에도 체인점 내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만족스런 식사를 끝낸 친구와 나는 30분 정도를 슬슬 걸어 에어비엔비 숙소에 도착했다. 그런데 도착하고보니 숙소 키를 받는 곳은 여기가 아니고 다른 곳이라고 했다. 친구 짜식이 일하느라 메일을 제대로 읽지 않고 온 탓도 있지만, 보통 숙소에 집주인이 살거나 리셉션에서 키를 받거나, 메일 박스에 보관하거나 하는데... 이 대체 무슨 경우인지? 심지어 그런 중요한 정보를 대문짝만하게 써놓지도 않았다.
    우리비행기가 일찍 도착하니 짐부터 드랍할 수 없겠냐고 문의 했더니 그건 불가능하고 아주 사무적인 어조로 얼리 체크인은 $300 더 내야 한다고 했다. -_- 짐 좀 내려놓겠다고 30만 원이나 더 내는 바보가 어딨누? 니 같으면 내겠냐? 마지막 날엔, 웬 정신나간 놈이 아침부터 숙소 문을 쾅쾅 두들겨대다가 지 맘대로 열쇠로 열길래, 보니까 우리 다음에 숙소에 묵을 게스트였고 우리처럼 짐 일찍 놔둘 생각이었는지 사람이 정말 있나 확인하러 온 것 같았다. 남자는 놀랐는지 '훙,헷,핫,칡 쏘리'하며 나중에 다시 오겠다고 했다. Tlqkf 진짜... 나가라... 
     
     
    그런 것들만 빼면 숙소는 깨끗하고 좋은 편이었다. 방 두 개에 화장실 두 개라서 둘이서 지내기에 무지 편안했고, 걸어서 5분 거리에 IGA가 있었는데 이게 이 숙소의 아주 대단한 장점이었다. 

     
    마치 서울에 올라온 시골쥐처럼 마트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무려 24시간 영업인데 온갖 샐러드, 빵, 고기, 스시, 파스타, 과일, 치즈 등등을 팔고 있었다. 친구와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서 '여기가 바로 천국이구나!'하며 매일 밤 들러서 여기 있는 것들 다 먹고 가주겠다고 결의했다. (둘 다 쓸데없는 것에 진심인 편) 

     
    그런데 이 많은 음식들이 남김없이 다 팔릴 리는 없고, 팔리지 않으면 버려지는 건가요? ㅜㅜ
     


    뉘엿뉘엿 붉게 물드는 노을은 언제나 내 맘을 선덕선덕하게 해❤️
     
     
     
     
     
     
     
    마라탕이 먹고 싶다는 친구를 위해 디디를 타고 시티로 나와봤으나, 우리의 드래곤 핫팟이 망했는지 영업 종료시간도 아닌데 문을 닫은 채였다. 어쩔 수 없이 K-치킨을 먹으러 '치맥'이란 곳을 갔는데,

     
    치킨무 잘잘하게 조사놓은 것과 거품 한 방울도 없는 맥주는 대체 무슨 컨셉인지 모를 일? 
    맥주 따라주는 분이 딱 봐도 한국인은 아녔는데, 아마 그래서이지 않을까 유추해볼 뿐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맥주를 거품 없이 먹나봐요. 허허허. 
    그래도 치킨은 맛있었다. 남김없이 다 먹고 나옴.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 머리를 빗으려고 봤더니만, 분명히 아침에 챙겼던 머리 빗이 짐을 풀자 코빼기도 안 보이는 것이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친구도 분명 내 짐가방을 보고 '왜 빗을 가져갘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고 놀렸는데 대체 어디간 것일까? '내 머리는 탈색 많이 해놔서 빗 없으면 숫사자 대회 1등 감인데 큰일이다'하고 잠들었다. 
     
     
     
    둘째 날 아침,
    브라를 챙겨왔다고 생각하고 호기롭게 입었던 브라를 세탁기에 휙 던져넣고 세탁했는데, 글쎄 암만 샅샅이 찾아봐도 브라가 없다!!!!
    '뭐지, 내 빗과 브라 누가 훔쳐갔나' (내가 안 챙겼단 생각은 죽어도 안 함) '노브라로 다녀야 하나' 고민하는데 친구가 그러지 좀 말라며 질색팔색했다. 그래서 브라대신 수영복을 안에 입기로 했다. 
     
    그래, 잘 갖춰 입고 가야지 왜냐면 이 날은 바로바로- 쿼카를 만나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미리 페리는 예약을 해두었던 터라 프리맨틀 터미널로만 잘 찾아가면 되었다. 퍼스에서 대중교통도 한 번 타보고파서 친구와 좀 일찍 나와 숙소 근처 역으로 향했다. 다행히도 날씨가 아주아주 화창했다. 구름 한 점 없는 평온한 날이었다. 

     
    전날 검색해봤더니 현금은 더 할인해준다고 본 것 같은데, 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어서 $5 내고 조그만 티켓을 구입했다. 약 40-50분 정도 걸리지만 이럴 때 아니면 또 언제 트레인을 타보겠냐며 친구와 나도 신났다. 마침 등교 시간대라서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꽤 보였다. 
     

     
     
    스완 강을 지나가며 이런 무역선들도 보고.
     

     
    프리맨틀에 도착했다. 
    날씨 미친 거 아냐? 소리 벗고 팬티 질러!!!!!!!!!!
     

     
    우리는 Rottnest Express 배를 이용했다. 오전 9시 배를 탔는데, 자리가 하나도 남김없이 꽉 찬 만선이었다. 
     

     
    배는 항구를 떠날 땐 조용히 가는 듯 싶더니, 갑자기 미친듯이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모터보트처럼 꽤나 빠른 속도였다. 30분 정도 탔는데, 친구는 그 사이 멀미가 난다며 웩웩거리고 있었다. 나도 수첩을 꺼내 일기를 몇 줄 쓰다가 토 쏠려서 관두었다. 

    객실 가운데에 테이블 있는 자리에 아이들 동반 대가족이 앉았는데, 아침부터 맥주를 마구 주문해서 마시는 것을 보고 친구가 '저렇게 아침부터 술 안 마시면 애들이랑 도저히 못 놀아주겠나보다'라고 해서 대폭소했다. 
    배에서 틀어주는 귀여운 쿼카가 나오는 동영상 몇 번 보고, 좀 지나니 배에서 내릴 시간이었다.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가는 곳으로 따라갔다. 배 선착장에서 도보 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전기 자전거를 미리 빌리려고 했는데, 사이트에서는 온라인 예약이 불가하다고 했었다. 왤까 궁금했었는데, 섬에 도착하고보니 알겠다. 이눔스키들 애초에 전기 자전거는 몇 대 없고 일반 자전거만 한가득인데, 7시 배를 타고 일찍 도착한 사람들이 전기 자전거를 다 빌려가기 때문에 없는 거였다. 우린 어쩔 수 없이 일반 자전거를 빌려야 했다.  

    원하던 전기 자전거는 아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라 친구와 나도 신났다. 다행히 날이 많이 덥진 않았다. 따뜻한 볕이 내리쬐는, 바람이 솔솔 부는 환상적인 날씨였다. 평지는 순탄했지만, 역시나 울퉁불퉁 언덕이 많아서 기어를 아무리 조작해도 자전거로 올라가긴 무리였다. 
     
    이마에 땀도 송글송글 나고, 볕도 뜨거워서, 입고 있던 셔츠를 벗어 던졌다. 

     
    시원하니 살 것 같다. 
     

     좌측에 펼쳐지는 그림같은 풍경들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친구와 나는 계속 우와우와 하며 페달을 밟았다. 

     
    중간에 스노클링 포인트라는 Little Salmon Bay에 내려서 해수욕을 즐겼다. 비록 우린 스노클은 대여를 안 해서 몸만 담갔지만 그래도 너무 흡족했다. 
     

     
    챙겨온 포도도 먹고, 말도 안 되는 사진도 왕창 찍고 다시 채비 후에 등대로 향했다. 
     

     
    몰랐는데 나 등에 근육이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친구가 맞다고 울룩불룩한 게 거북이 같다고 해줬다. 후후... 명절에 한 번씩 팔굽혀펴기한 보람이 있다. 

     
    등대를 내려와 또 달렸다. 내리막길은 언제나 씐난다. 
    근데 언덕배기를 낑낑대며 오를 때마다 꼭 전기 자전거가 놀리듯이 우리 옆을 슝슝 지나가는 게 은근히 열받는돠. 나두 전기 자전거 타고 싶다고... 간절히...
     

     
    조금 지치긴 했으나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가기엔 꽤 멀고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다 둘러 보자며 또 다른 스노클링 포인트에 들러 해수욕을 했다. 
    파도 찰싹이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던 일본어 대화, 갈매기들이 끼룩대는 소리. 그야말로 자연 ASMR이라, 친구와 나는 살짝 잠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따사롭던 햇살과 파도소리, 살랑살랑 코끝을 간질이던 바람, 다 채집해오고 싶다. 
     
     
    섬 자체는 너무 예쁘고 바다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거늘,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자전거를 거의 6시간 가량 타고있자니 가랑이가 찢어질 것 같았다는 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전거 안장도 딱딱해서 더더욱 아팠다. 써본 적 없는 도넛 방석? 마약 방석이 그리운 순간이었다. 물론 누구라도 자전거를 6시간 탄다면 아무리 솜사탕같은 안장이라도 가랑이가 빵꾸날 것처럼 아플 터이다. 

    그렇게 친구에게 가랑이 타령을 하며 옷을 주섬주섬 입고 다시 길을 나서는데 자전거 주차장에서 무려 !!!!!!!!!!!!!!
    대망의 쿼카를 만났다!!!!!!!!!!!!!!!!!!!!!!!!!
    쿼카는 귀여운 얼굴을 하고 공손한 얼굴로 무엇인가를 씹고 있었다. 너무 귀엽쟈나 이 털동물 녀석!!!!!!!!!!!!!!!
     

     
    왜르케 귀여운 거야. 쪼쪼쪼.
     
    쓰다듬고 뽀뽀하고 싶었지만, 강한 인내심으로 꾹 참고, 돌고래 소리만 내고 있었다. 

     
    못 보는 줄 알고 걱정했던 쿼카까지 보고나니 감개무량했다. 그리고 후엔 내리막길에서 무려 차도를 가로지르는 뱀도 보았다. 뱀 피하다가 친구 자전거랑 접촉사고날 뻔 ㅋㅋㅋㅋㅋㅋㅋㅋ 내 생애 가장 빠른 뱀을 봤다. 조금만 더 늦었다면 내가 뱀을 콱 밟고 처참한 범죄 현장이 됐을 것이다. 우웩. 
     
    사진에서 저 멀리 보이는 연인들은 바다에서 큰 가오리를 발견하고 열심히 따라다녔다. 

    자전거를 반납 후에 가까운 펍에 가서 맥주와 칩스를 시켰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온통 쿼카밭이었다. 자전거 탈 때 어쩐지 하나도 안 보이길래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쿼카들도 먹고 살겠다고 식당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이었다. 쿼카를 만지면 벌금이 몇 천불이라느니, 쿼카는 걸어다니는 벌금이라는 소리(사실 쿼카 뿐 아니라 야생동물 모든 개체에 해당이며, 야생동물은 어떤 병균을 사람에게 옮길 지 모르니 만지지 말라는 게 이유였음)가 무색하게 사람들은 쿼카에게 칩스를 주고 있었다. 남자 아이들을 데려온 부모는 아이들이 쿼카에게 소리 지르고, 따라다니며 만지고, 칩스를 줘도 제지하지 않았다. 쿼카는 칩스를 먹다가 게워내고 다시 먹고를 반복했다. 심지어 자기 셀피를 찍겠다며 30분 내내 쿼카에게 칩스를 줄 것처럼 약올리는 어른 빗치도 있었다. 장담컨대, 내가 쿼카였으면 진작에 저 여자 얼굴을 물어뜯었을 거다. 인간이 제일 나빠.. 
    저렇게 소스통에 코를 처박고 먹을 만큼 맛있니... 마요네즈의 고소함을 알아버린 쿼카는 앞으로도 이 식당에 자주 방문하게 되겠지. 갑자기 씁쓸해졌다.  

    공손한 두 손이 너무 귀여운 쿼카야... 앞으론 칩스말고 집 밥(?) 먹자. 친구들한테도 말해줘.

    노곤노곤해진 몸을 이끌고 4시반 배를 타고 돌아왔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만석이다. 바깥에 앉으면 물벼락을 맞을 수 있음을 주의.

    뭍에 내리자마자 디디를 타고 드!디!어! 드래곤 핫팟에 입성. 우리는 일부러 드래곤 핫팟을 위해 아침 점심도 거르고(?) 왔다. 이 찐한 사골국물 맛, 정말 잊을래야 잊을 수 없고. 처음으로 쌀로 만든 중국쌀면(?)같은 것을 먹었는데 중국당면보다 훨씬 두껍고 쫠깃했다.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도 진짜 맛있다. 쥬럐걘 햇팻.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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