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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퍼스 여행 5,6,7
    다녀오고 뭐라도 남기는 글/2023 호주 2023. 5. 26. 15:02

    코로나에 (또) 걸렸다. 이번 코로나는 확실히 세다. 첫날, 둘째날엔 열이 펄펄 끓고 심박수 130까지 찍더니 이젠 가래 파티에 콧속 머릿속에 있는 체액 때문에 잠이 안 온다. 머리가 지끈지끈하고, 코를 암만 풀려고 해도 코가 안 나와 하루종일 입을 헤-벌린채로 숨쉬고 있다. 목소린 다 쉬었고, 피곤해서 잠은 오는데, 아파서 잠에 잘 못든다. 여튼 이렇게 골골대는 중에 ICU, CCU 인터뷰도 봤는데
     
     
     
     
     
    다 붙어버렸다. 으히히히
     
     
     
    전엔 나 뽑아주는 데 없다고 울면서 제발 어디든 받아만 주세요 했는데, 경력이 좀 쌓이니까 역시 갈 데가 많이 생긴다. 길고 긴 터널같은 시간들을 버텨낸 보람이 있다. 그래서 내 결정은 어디냐면...!!!! ICU다. CCU도, 수술실도 가고싶었고, 주 이동도 고려했었는데 일단 ICU까지 경력쌓아 보기로... ICU까지 하고나면 어딜 가든 무서울 게 없지 않을까 싶다. 
     
    암튼 퍼스 여행기로 돌아와서,
     
     

     
    이 날은 피나클 사막투어를 하는 날이었다.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데 또 빈치킨이...
     

     
    아동용 책 삽화에 나올 법한 엄청나게 큰 나무도 보고. 
     
     
     

     
    정해진 픽업 장소에서 기다리면 투어 버스가 우릴 데리러 온다. 이번엔 미스티란 이름을 가진 발랄한 가이드가 우릴 안내해줬는데, 저번에 울룰루 로라처럼 차림새도 비슷하고 엄청 씩씩하고 아는 것도 많고 웃음소리가 특히 '우홯홯홯홯!!!!!'해서 나랑 친구랑 미스티가 웃을 때마다 따라서 웃었다. 

     
    3시간 반 정도 북쪽을 향해 달려야 피나클이 가득한 곳이 나온다고 한다. 
     
     

     
    란셀린 해변. 
    눈에 걸릴 것 없이 탁 트인 자연이 바로 호주가 자랑하는, 멋진 보물이 아닐까 싶다. 
     

     
    식물 군락지를 돌면서 미스티가 이것저것 설명해줬는데 다 까먹었고, 이 허브잎을 문지르면 향이 난다고 해서 난 계속 손가락으로 조지고 있었다. 

     
    드디어 피나클 사막 도착!
    아직까지도 이런 암석들이 어떤 연유로 만들어졌는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하는데, 제임스웹 우주 망원경으로 별의별 은하 사진도 고퀄로 뽑아낼 수 있고, 달나라도 다녀오는 요즘같은 시대에 아직도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가 이렇게 많다니 흥미진진하다. 과학자님들 더 힘내주세요. 궁금해요. 
    미스티 말로는 피나클에 얽힌 다양한 설화가 있는데, 본래 여성 원주민들의 구역이었던 이 금남의 땅에 남자들이 모종의 이유로 들어왔다가 신이 노하여(?) 모래에 파묻혔고, 살려달라고 울부짖던 손가락 끝이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15,000개의 돌이란 것이다. 
     
    그럴싸 하군요. 

    뭔지 모르지만 신난 나. 

     
    인생 즐겁고 행복한가봐요. 

     
    날씨가 조금 화창했다면 더 좋았으련만...
    사진 찍고 모래에 그림 그리고 놀고 있으니 금방 저녁식사 준비가 되었고.
     

     
    샴페인 한 잔 하고 취한 나. 
    몰랐는데 콜스 쿠스쿠스 샐러드 넘나 맛있!!!!!
     

     
    구름이 많이 껴서 별이 안 보이는 관계로 미스티가 별자리를 그려가며 별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다. 
    착한 새럼.
     


    금세 날이 많이 어둑해졌다. 
    집에 가야 할 시간. 
     
     
    다시 3시간 반정도를 달려 시티로 돌아왔고, 미스티가 우리 숙소 근처에 내려줬다. 짧은 시간이지만 가이드와 작별할 땐 매번 마음이 왜 이렇게 몽글거리는지 모르겠다. 흠. 
     
     
     
     
     
     
    퍼스여행 5일차.
     
     

     
    비오는 날이었다. 원래 이 날은 바다사자와 함께 카약킹을 예약해뒀는데, 악천후 때문에 취소됐고, 대신에 서핑을 배워보려고 했으나 기상 상태 때문에 수업이 없다는 말만 돌아왔다. 흑. 그래서 프리맨틀 마켓을 방문. 사진에 보이는 에그드랍은 맛있었지만, 에그드랍 만드는 남자들의 시커먼 손과, 더러운 주머니에서 담배를 주섬주섬 주고받던 그 장면이 좀 떠오름... 음식 하는 사람들은 손 좀 깨끗이 씻어라...
     
    마켓에서 딱히 산 것은 없고 구경을 열심히 했다. 비오는 날이라 다들 같은 마음이었는지 사람들로 매우 북적거렸다. 
     
     
    마켓을 나와서는 관광명소라는 프리맨틀 감옥을 가봤는데, 감옥투어 짱 비싸!!!!
    그리고 여기까지 와서 영어 리스닝 공부하고 싶지 않아 그냥 기념품샵 구경만 했다. 근데 기념품샵에서 아기를 위한 죄수복을 보고 급띠용함. 대체 어느 부모가 자신의 사랑스런 아기에게 죄수복 코스튬을 하죠...? 아동학대 아닙니까?

     
    다른 즐길 거리가 없나 찾아보니 해양박물관이 있다길래 그길로 가는 중. 

     
    올. 괜찮게 생김.

    개취이지만 수염 있는 사람 넘 비위생적으로 보여서 별로... 옛날 사람 중엔 털복숭이가 더 많았나보다 하고 찍어둔 사진. 하여간 술하고 수염에 환장해 다들...
     
     
    근데 박물관 내에 왜케 찍어둔 사진이 없나? 
    생각보다 크고 잘 돼있었는데 게다가 무료라서 프리맨틀 감옥 보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느꼈다. 

     
    그리고 우린 관람차에 올랐음. 

     
    오... 별 거 아닌데 흔들거리고 멀미나고 좋았음.
    청년이 세바퀸가 태워줌. 

    그리고선 역시 비오는 날엔 국룰인 미술관을 갔는데, 어떤 작가의 전시가 진행중이었고.
    친구와 나는 한참을 그곳에 앉아 뚫어지게 화면을 쳐다봤다. 

    근데 아무리 봐도 작가가 뭘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대체 이해할 수 없던 차에 친구가, '그냥 집에 돈이 많아서 취미로 하는거구만!!!'하고 자리를 떴다.  
     
     
     
     
    미술관 바로 옆 예고 졸업생들의 작품도 전시돼있었는데 그 중 좀 동감했던 것.

     청춘이 홀랑 지나가버렸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는 표정.
    마음만 포레버영이면 되지 뭘. 

    이것은 전쟁식량 같은 것을 재현한 작품인데, 왜 감명 깊었냐면 오른쪽 맨 끝에 보이는 소세지가 바로 댕댕이용이었기 때문.
    피난길에도 댕댕밥 챙겨주는 따뜻한 고딩, 네가 1등 먹어라 하고 이 작품에 투표해줌.

    불안증있는 환자들에게서 자주 듣는 말...
    하지만 이해할 수 있는 말.

     
    왠지 너무 힙하고 내 스타일이고 바지 패턴 뚫어져라 보고 있으면 눈알 뽑힐 거 같아서 찍어옴.
     

     
    전시를 다 보고나니 지쳐서 미술관 벤치에 누워있는 나의 시선. 
    왠지 현대미술같고, 멀미나고 그렇네.
     
     
    저녁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와서 찰스 왕세자의 왕위 수여식을 봤다. 뭐랄까... 참... 돈 진짜 많이 들었겠다 싶고... 동원된 수많은 인원들과 말들이 불쌍할 뿐이고... 요즘같은 때에도 왕이 있다는 것이 좀 신기할 따름이고... 근데 호주는 그 국가의 영연방이고... 하필 나는 거기에 살고있고...? 나는 사실 영국 왕실에 아무런 관심도 없어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지만, 맨날 호주 주간지 잡지같은 곳에 케이트 미들턴 부부는 단골이고, 누가 누구랑 불륜이네, 바람을 폈네 마네... 에휴 이 정도면 뭐 왕실의 체면같은 게 의미가 있나 싶었다. 
     
     
     
     
    퍼스 여행 마지막 날.
    원랜 가까운 비치를 가서 바다수영이라도 할랬는데 지져쓰... 너무 추워서 도저히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아침 느즈막히 일어나서 동네에서 가장 큰 수영장을 갔다. 작지만 사우나, 스팀룸, 자쿠지가 갖춰져 있었고, 50미터짜리 야외풀, 깊이 2미터짜리 풀, 실내풀도 있어서 따끈하게 몸을 녹이기에 충분하다고 결정. 수영만 하면 7불인가 그랬고, 사우나 까지 하면 16불인가 했던 것으로 기억. 
     
    이렇게 각잡고 수영을 해본적이 이십대 초반 이후로 처음이었는데, 신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트랙을 돌았다. 나중에 보니까 얼굴에 물안경 자국나서 팬더처럼 흉하게 돼있었음...^^

     
    저녁엔 친구의 친구와 오랜만에 밥을 먹음. 마라탕 먹었는데 맨날 먹어도 안 질린다. 아마도 중국인의 피가 흐르나벼. 

     
    여의도 수상택시처럼 여기도 대중교통 페리가 있길래 그걸 타고 다시 엘리자베스 키로 돌아가기로 함. 
    내 친구와 그 친구는 오랜만에 만났다고 했는데, 친구의 친구가 안부를 물으니 내 친구가 입에 침도 안 바르고, 일도 너무 재밌고 성장하는 맛도 있고 어쩧구 저쩧구 해서 속으로 '진짜 이 shake it 구라도 스펙타클하게 치네'함. 나한테 맨날 일 때려치고 싶다고 마리화나나 키우고 싶다고 노래 불러놓고 진짜 웃겨. 

    엘리자베스 키에서 뜻밖의 회전목마가 우릴 반겨줌.
    왜냐면 원래 2층 버스 타던 날에 이 회전목마 타겠다고 왔는데 문이 닫혀있었기 때문. 그래서 내심 너무나 속상했는데 친구랑 나랑 회전목마 보자마자 눈을 번쩍거리며 탑승.

    야호ㅗㅗㅗㅗㅗ 회전목마 췍오!!!!!!!!!!!!!!

     
    나름 소원 성취한 날이었다. 
     
     
    이번에 못 본 바다사자는 담에 또 보러 오면 되겠지...
    살고싶은 도시 퍼스, 다음에 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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