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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만 살기
    낙서장 2021. 11. 7. 21:29

     

     

    알면 알수록 불교와 물리학은 닮았다. 제법이 공하다는, 즉 모든 것은 애초에 텅 비었다는 말 너무 물리학스럽고. 색즉시공 공즉시색, 속이 텅텅 빈 원자와 전자 모두 동의하겠는데, 자꾸만 습관 때문에 나라는 상을 고집하게된다. 내가 쟤고, 이게 나고, 네가 나고, 만물이 다 똑같은데도 실생활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내가 맞다고 우기고 있다. 나를 고집하는 것을 그만둬야 한다는 이 마저도 나를 고집하고 있는, 정말 어리석은 인간이다. 

     

     

    더 어렸을 땐 (지가 뭘 안다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신 따위 안 믿는다고 딱 잡아 말했던가.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능력이 없다면 돈도, 사랑도, 가치관도, 미래도, 살아갈 의미같은 것도 애초에 존재할 수 없고 인류도 이렇게 진화할 수 없었겠지. 또 사람들이 운명이 어쩌구저쩌구 하는 것도 개소리라고만 생각했는데 지금보면 이 세상은 잘 프로그래밍된 시뮬레이션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더 솔깃하게 들린다.

     

     

    전엔 이루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너무나 많았다. 나이를 먹어가며 조금씩 사그라들긴 했지만 꽤 최근까지도 여기서 한국으로 돌아가면 실패한 인생이라고 생각했고,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면, 제대로 된 직장이 없으면 부끄럽게 느껴졌다. 지금은 그런 게 뭐가 중요한가 싶다. 어디서든 내가 행복한 감정을 자주 느끼는 환경에 있다면 돈이나 지위는 상관없겠지. 그리고 그 열쇠는 환경이 주는 게 아니라 완전히 내게 달린 거니까. 

     

     

    그러니 연습해야지. 매일매일 인식하는 연습. 비록 지금은 사지 멀쩡하고, 좋은 집에, 좋은 직장에, 좋은 음식 먹고 살 수 있지만 언제 모든 것이 텅텅 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음을. 텅빈 것에 집착하지 않게, 언제나 모든 것을 내려놓고 떠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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