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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믿음
    낙서장 2024. 3. 2. 21:18

    사이비 종교에 심취한 사람들을 바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멍청하면 눈에 보이지도 않고, 제대로 증명도 안 된 저런 걸 덥석덥석 믿을까. 별 시덥잖은 인간이 잰체하며 단상에 서서 일장연설 떠드는 게 그냥 믿겨지나? 그걸 믿는 그 사람들의 뇌 구조를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나는 신의 존재도 안 믿는 사람이긴 하다. 근데 곰곰 생각해보면, 세상 모든 것들이 의미부여와 인간들의 맹목적인 믿음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것이다.

    예를 들면, 돈. 돈은 지폐나 동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결국 화폐제조를 담당하는 기관이 찍어내는 한낱 숫자일 뿐이며, 우리는 숫자에 돈이라는 의미부여를 했을 뿐이다. 이 숫자를 세상 사람 모두가 돈이라고 생각하자고 약속을 한 것 뿐이다. 인간은 말 그대로 돈을 창조해냈고, 이제는 (거의 모든)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하고 숭배하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바보라고 생각한 사이비 신도들과 다를 게 무엇인가 싶은 것이다. 

    뒤샹의 변기를 필두로 현대미술의 의미들을 되짚어 보는 티비를 시청하다가 '인공지능이 판(?)을 치는 현 시대에 인간이 가장 인간다울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다는 문장을 보며, 정말이지 모든 것은 내가 의미부여 하기 나름이구나 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믿음이란 게 적었던 나의 삶은 어땠는가. 타인의 무조건 적인 믿음에 코웃음치며 잘난척 했던 나의 인생은 어떠했는가. 너무 삭막하지 않았나. 사실은 누구보다 맹목적으로 무언가를 믿고 신뢰하고 의지하고 행복하고 싶었으면서. 신의 존재를 못 믿겠다면 곁에 있던 사람이라도 잘 믿어볼 것을 왜 자꾸 의심했나. 그것은 타인에 대한 의심이 아니라 사실 나에 대한 의심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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